지구를 돌고 도는 복음의 서진(西進)
마사다(MASADA)는 그 지방 거민이 에스세베라 부른 거대한 암석 산인 천연 요새로 사해 연안의 유대 사막 동쪽이며, 키르벳 쿰란에서 남쪽으로 약 80km 떨어진 지점이다. 마사다의 상부고원은 마름모꼴의 바위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면적은 44,500평에 이른다. 가파르게 솟아 있는 급경사의 높이는 400m나 된다.
하스몬가의 대제사장 요나단은 마사다를 요새화하였다. 헤롯은 유대에서 권력 다툼을 위해 전쟁을 할 때, 자신과 가족의 피난처로 마사다를 요새화하였다. 기원전 37년에 유대 통치자가 된 헤롯은 마사다 요새의 전략적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 성을 강화했는데, 그 후 기원전 4년에 헤롯이 사망하고 그의 아들 아켈라오가 서기 6년에 로마제국으로부터 파면당해 정배를 간 후, 마사다 요새는 로마의 작은 수비대가 거하는 주둔지가 되었다. 그로부터 60년 후인 66년에 열심당원의 무리가 로마군을 습격하여 무기창고를 탈취하여 당원 모두에게 분배하여 예루살렘의 로마군을 공격하기까지 했다.
70년에 예루살렘이 로마군에 함락당한 뒤에도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마사다의 유대인들은 훌라비우스 실바(Flavius Silva) 장군이 이끄는 로마의 10개 군단과의 2년간의 외로운 항전을 했다. 72년 가을과 73년 봄 동안 로마군은 총공격을 가하여 서편성벽 일부를 파괴하는데 성공하였다. 이에 항전하는 열심당원들은 이 무너진 성벽을 보수하여 대항하려 했으나 모두 실패하고, 로마군에 대항할 희망마저 잃게 되자, 지도자인 엘리에잘 벤 야일(Eleazar Ben Yair)의 주장에 따라 노예가 되는 수치보다는 명예로운 자유인의 죽음을 선택하기로 하고 남녀노소 모두 960명이 자결하였다. 다음날 로마군이 마사다 성내에 들어갔을 때 2명의 여인과 5명의 어린이밖에 생존자가 없었으며, 성내의 모든 것은 불타버린 뒤였다. 마사다 주변에는 지금도 그 당시의 로마군 공성용 참호 유적이 생생하게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마사다’ 촬영시 사용한 병기들과 함께) 마사다는 유대민족이 당시 막강한 로마군과 항쟁한 탁월했던 유대인의 최고 유적이다.
슬픈 역사를 간직한 사해 인근의 마사다에 기원전 37년에 헤롯이 적들의 침입을 막기 위해 5.4m의 높은 성벽과 38개의 탑을 만들었다. 설계하던 당시부터 헤롯이 은신처로 여기고 만든 곳이기에 수장고, 곡식창고, 목욕탕 등은 물론이고 전쟁을 대비한 병기고까지 만들었다.
헤롯이 죽은 후 로마 주둔군이 마사다를 차지했으나 로마 통치를 반대한 유대인은 엘리에잘 벤 야일을 중심으로 예루살렘에서 도망쳐 마사다로 피난을 오게 되었다. 실바 장군이 이끄는 로마 군사들이 예루살렘에서 유대인 포로를 동원하여 마사다에 토성을 쌓아 은신한 유대인에게 모멸감을 주자 피비린내 나는 전투 끝에 항복하느니 스스로 자해를 선택하면서 결국 전쟁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마사다에 살고 있던 유대인은 자결로 최후를 맞이했다.
물거품처럼 사라진 유대인의 꿈은 1948년 이스라엘이 건국된 이래로 마사다는 최고의 애국심을 고취하는 장소가 되었듯이, 복음은 십자가의 죽음과 박해에도 소멸되지 않고 지구를 돌고 돌아서 유대인의 영혼에 메시아로 오신 예수를 일깨운다. 바로 비잔틴 교회가 그 꿈을 꾸고 그 자리에서 유대인과 이방인에게 강력한 복음을 말하고 있었다.
마사다 유적지에 있는 비잔틴 교회터와 바닥의 모자이크가 잊힌 복음선교의 역사를 말해준다. 마사다 정상에서 사무엘상 22장 4절 말씀을 묵상하면, 하나님의 은혜가 메마른 사막에 강같이 흘러 눈시울을 적시 운다. 지금도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유대인 남녀 군인들이 훈련을 마치고 계급장을 달 때, 구약성경에 등장하는 남방 곧 네게브 사막의 훈련소를 떠나 마사다에 올라와서 “NEVER AGAIN”이라고 목청껏 부르면서 충성심을 맹세하는 장소이다.
과연 하나님의 군대인 그리스도인은 엔게디와 마사다의 요새에서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까? 중동 선교는 우리를 새롭게 부르고 있다. 복음의 서진(西進)이 지난 2천년 동안 지구를 한 바퀴 돌아서 이제 한반도에서 이스라엘로 향하고 있다. 사해 인근에서 다윗이 몸을 숨긴 엔게디와 이스라엘 열심당원이 최후를 맞이한 마사다는 분명히 생명을 바치는 이들을 통해 하나님의 나라가 이 땅에 실현되는데 쓰임을 받을 것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유대인은 마사다에서 전멸하였지만, 생명을 바친 이들의 영혼은 하늘에 별처럼 빛난다.
마사다에 세워진 비잔틴 교회는 최후를 맞이한 유대인을 항상 기억하고 있다. 비잔틴 교회도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졌지만, 마사다를 찾는 기독교인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비잔틴 교회의 바닥에 모자이크가 선명하다. 그 옛날 복음전도의 사명이 여기에 있었다고 말하는 듯하다. 이제 누가 그곳을 찾는 유대인과 아랍인에게 복음을 소개할 것인가?
소기천 박사
<장신대 성서신약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