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목회할 때, 국제 영화제가 열리는 곳으로 유명한 프랑스 남쪽의 칸느 해안가로 수련회를 간 적이 있습니다. 비용을 아끼느라 성도들이 각각 자신의 차로 운전하여 알프스 산을 넘어 남프랑스 칸느에 도착했습니다. 칸느 해안의 절경은 24시간 운전으로 피로했던 우리의 몸과 시선을 해안가에 묶어 놓았습니다.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사람들이 해안가에서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갑자기 귀에 익숙한 음성이 들렸습니다. 한국말로 “아이가! 아이가…” 우리 교회 성도의 중학생 아들이 사라진 것이었습니다. 더군다나 해안가에 아이의 신발 한 짝만 벗겨져 있었기에 얼마나 당황스럽고 걱정이 되었는지 모릅니다. 아이의 엄마는 거의 실성하였고, 우리는 아이가 혹시나 파도에 휩쓸려 간 것이 아닌가 하고 아이를 찾느라 칸느의 아름다운 해안가도 더 이상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한참 아이를 찾던 중 성도 한 분이 멀리서 뛰어오며 “찾았다!”고 외치는 것이었습니다. 개인적인 일이 있어서 숙소에 먼저 갔는데, 그곳에서 아이가 혼자 놀고 있는 것을 발견한 것입니다. 아이는 24시간 자동차 여행에 지쳐 해안가에 나오지도 않고 숙소에서 쉬고 있었는데, 그의 부모는 해안가 풍경에 정신을 놓고 아이가 숙소에 있는지도 몰랐던 것입니다. 아이의 신발도 비슷한 것이었지 그 아이의 신발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참 다행이었습니다.
다음 날, 전날의 힘들고 속상했던 일을 잊고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자는 의미였는지 이른 아침부터 약속한 것도 아닌데 모든 성도들이 해안가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또 익숙한 한국말이 들렸습니다. “내 안경! 내 안경..” 이번에는 안경이라니… 그것도 시력이 안 좋아 고급으로 맞추었던 어느 성도의 비싼 안경이 물에 빠진 것입니다.
그 순간 모든 성도들이 안경을 잃은 해안가 부근에서 손을 잡고 한 줄로 서서 바닷물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수면 아래가 보이지 않아 서로 손을 잡고 발바닥으로 더듬으면서 찾기 시작했습니다. 칸느 해안가에서 웬 동양인들이 길게 손을 잡고 바닷가에서 걸어 다니는 모습이 신기했는지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찾았다!”는 외침의 소리가 났습니다. 어떤 성도의 발에 안경이 걸린 것입니다. 그 말에 모두가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쳤습니다.
순간 ‘예수님을 이렇게 애타게 찾고 있나?’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습니다. ‘이렇게 예수님을 찾았다고 기뻐해야 하는데.. 잃은 아이처럼, 고급 안경처럼 모두가 마음과 힘을 모아 손을 잡고 예수님을 찾아야 하는데..’ 분명하고 확실한 진리를 깨닫는 수련회였습니다.
김한호 목사
<춘천동부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