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과 북한의 자유로운 왕래가 막힌지 벌써 75년이 지나가고 있다. 고향을 이북에 두고 월남한 사람들의 이북 사투리도 이제 쉽게 들을 수 없는 시간이 흘렀고, 고향을 그리워하다가 세상을 떠난 사람들도 많다. 왕래가 단절되고 이북의 방언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수가 줄어들면서 우리 사회는 이북 언어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통일을 바라보며 각 분야에서 달라진 언어에 대한 조사와 연구를 하며 언어의 이질성이 깊어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단체도 있다. 하지만 농인의 경우 남한의 수어와 북한의 수어를 연구하고 그 동질성을 찾아보려는 노력은 미약한 것 같이 느껴진다.
남한에는 그간 한국수어언어법이 제정되고 수어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또 수어에 관한 여러 가지 책자들이 간행되어 여러 종류의 출판물이 있다. 하지만 북한수어에 대한 책은 접하기도 쉽지 않고 또 국내에 이를 연구하며 책을 출간한 단체도 손으로 꼽을 정도이다. 더욱이 이북의 농인을 위한 선교를 계획하고 준비하는 기관과 단체는 극히 적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총회 산하 조직을 보면 남북한선교통일위원회도 있으며 농어촌, 군인, 학원 등 다른 대상을 위한 선교 활동을 하기 위한 조직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농인선교를 위해 필요한 준비를 하는 단체는 과천교회 에바다부와 영락농인교회 정도를 예로 들 수 있다. 이러한 이유는 여러 가지 있겠지만 청인교회 입장에서 볼 때 첫째는 농인에 대한 선교에 대해 청인교회들의 관심이 높지 않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많은 청인교회의 목회 방침은 우선 교회를 부흥시키고 교세를 확장시키는 일에 노력을 많이 하는 것 같이 보여진다. 물론 여러 곳에 선교사를 파송하고 후원하는 교회도 있다. 하지만 청인교회에서 농인교회를 지원하고 농인선교사를 후원하는 교회는 찾아보기 어렵다.
둘째로는 청인 목회자들이 농인 목회자들과 긴밀한 교류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쉽지 않다. 청인 목회자가 자발적으로 농인 목회자를 만나는 경우도 드물고 또 만난다고 하더라도 통역인을 통해서만 이야기하여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직접적인 교류가 쉽지 않다. 농인교회의 입장에서 볼 때는 아직도 재정적으로 자립하여 지낼 수 있는 농인교회가 적어서 다른 교회를 지원하거나 선교사를 파송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교회를 찾아보기 힘들다. 현재로는 영락농인교회 정도가 재정적으로 자립하고 있는 교회이며 또 이북 농인들을 위한 선교를 위해 기도하며 준비하는 교회라고 할 수 있다. 재정적인 여건은 나중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지만 선교사의 파송을 준비하는 일과 수어의 차이를 극복하는 일은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단시간에 해결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북한수어와 한국수어의 일치율이 45%나 되고 한국수어와 일본 수어의 일치율이 47%나 되는 현실은 시간이 갈수록 남북수어의 이질화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과천교회에서 창립70주년과 에바다부 20년을 기념하여 박금순 목사님께서 『한국수어 & 조선손말』을 출간한 것은 미래를 내다보며 농선교를 준비하는 귀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북한 농아선교를 위해서는 총회 차원의 차분한 준비와 해결책을 강구해 두어야 통일 후 북한 농인의 선교에 대해 큰 차질이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드웨어의 준비에 앞서 소프트웨어에 대한 준비는 시간을 두고 꾸준히 하여야 할 일이다.
안일남 장로
<영락농인교회·
사단법인 영롱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