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드(nomad)’ 즉 유목민이 화두가 된 세상이 왔다. 언제부터인지 디지털 노마드라는 말이 유행하더니 이제는 노마드 교인들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노마드 유목민은 한 곳에 정주(定住)하지 않는, 유목적(遊牧的)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디지털 노마드는 세상의 트렌드다. 한 곳에 머물던 과거의 패러다임에서 다양성과 자율성이 보장된 새로운 디지털 세상이 된 것이다. 유목민이라는 단어는 더 이상 부정적인 의미가 아닌, 변화된 세상의 표상이다. 오히려 긍정적인 변화의 패러다임일 수도 있다. 노마드 유목민은 디지털 환경에서만 드러난 특징이 아니라 이 세상의 거대한 흐름이기도 하다. 태어나 한 곳에 머물며 평생을 살던 사람들이 이제는 자기가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시간 동안만 머물며 배우고 즐기는 삶을 살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나그네들을 섬기며 선교하는 목회자다. 오래전 시작한 사역이지만 이제야 비로소 사람들의 마음에 그 의미가 새겨지는 것 같아 그나마 다행스럽다. 그리고 이제 한국교회는 물론 세상의 모든 교회가 유목민의 시대에 맞는 새로운 교회로 변화할 때가 되었다. 디지털 노마드의 환경에 적응하고 어울리는 유목민 교인들이 등장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유목민 교인들의 출현을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이미 그런 경향성이 있었지만 코로나 시대에 만들어진 유목민 교인의 등장은 새로운 변화임에 틀림없다. 어느 교회 교인이라는 교회의 이름 밑에 소속된 교인에서 하나님 나라 시민이라는 큰 의미의 교인으로의 변화라는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인 변화라 생각한다. 교인은 하나님 나라의 백성일 뿐 어느 교회의 교인이라는 말은 신학적으로도 성립될 수 없는 개념이다.
이제는 세상이 교회를 비판하는 것을 넘어 매우 격렬하게 비난하고 있다. 교회는 더 이상 물러설 곳 없는 마지막 벼랑 끝에 서 있게 된 것이다. 이럴 때에 유목민 교인들의 출현은 교회의 미래에 새로운 바람이라 여겨진다. 그들은 자신들의 신앙적 정체성을 어느 교회 소속이라는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 하나님 나라의 백성이라는 본질에 충실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코로나는 한국교회의 지형을 완전히 바꾸어 놓을 수 있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코로나가 단기간 내에 잠잠해지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들린다. 백신을 맞아도 빨리 끝나지 않는다면 유목민 교인들의 출현은 대세가 될 수도 있다. 온택트(ontact) 교회의 시대가 열린다면 과거의 교회는 사라질지도 모른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런 정도의 강력한 지진이 쓰나미를 몰고 올 것이다. 그날은 과연 재앙인가, 기회인가? 재앙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는 반면 기회로 만드는 공동체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시대를 분별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세상도 인생도 그러하고 교회도 마찬가지다.
유해근 목사
<(사)나섬공동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