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지혜] 후보 없고 투표 안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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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이후 대학가의 달라진 총학생회장 선거 풍경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후보 없고 투표 안 하고”이다. 모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서울대를 비롯하여 고려대, 국민대, 서강대, 서울시립대, 한양대, 한국외대, 이화여대 등 서울의 대학 10여 곳이 후보자가 없거나 투표율 미달로 총학 회장 선거가 무산되었다.

취업난이 심화되고 미래가 불투명해진 대학생들에게 총학생회장 출마는 의미가 없어진 것이다. 그런데 이유는 이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제는 총학 회장이나 임원을 해도 고생만 죽어라 하고 실제로 얻을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총학 회장이 정계에 입문하는 발판이 되거나, 정계 인사의 도움으로 취직이 보장되었지만, 지금은 그렇지도 않다는 말이다.

그런가 하면 총학생회의 각종 비리와 부패에 민심이 돌아선 결과이기도 하다. 학교마다 다르겠지만 종합해보면 총학의 성추행 논란부터 시작하여, 포스터 표절, 공약 사항 불이행, 사리사욕을 앞세운 밀어붙이기 정책, 재정적 비리 등이 모두 구성원의 신뢰를 잃게 만든 원인이 되었다.

이렇게 대학가는 코로나 사태 이후 변화하는 중이다. 그리고 사회적 분위기도 크게 바뀌고 있다. 20년 집권을 장담하던 여당이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선거에서 압도적 패배를 당했다. 이는 부동산이나 기타의 국정 수행에서 보여준 현 정권의 내로남불과 안하무인의 정책 추진에 민심이 돌아선 것이다.

그렇다면 교회는 코로나 사태 이후 무엇이 달라졌을까? 미안하지만 달라진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교회는 여전히 사순절이나 고난주간에도 차기 노회나 총회에서의 선거와 자리 차지를 위한 물밑 작업이 한창이었다. 각 교단의 노회나 지방회가 모이지만 정작 토론해야 할 현안은 유인물로 대체해 버리고, 결국 총회 총대를 선출하는 일이 중요 안건이 되고 있다. 각 교단도 일년 내내 최고의 관심사는 결국 차기 총회장 선거 운동이다.

거기에 덧붙여 각종 무능과 부패와 공약 사항 불이행, 편 가르기와 밀어붙이기 정책, 재정적 비리 등에 대한 변화의 조짐이 없다. “후보 없고 투표 안 하고.” 이것이 총회장 선거에 관한 교계 뉴스가 될 날을 기대해본다. 그러기 위해서 이제는 대학의 총학 회장처럼, 교계 총회장이나 임원들도, 죽도록 일은 하되 얻을 것은 없도록 풍토를 개선해야 한다. 벌써 변화 없는 기독교에 대하여 민심이 떠나고 있다.

문성모 목사

<전 서울장신대 총장•강남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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