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역사에서 가장 치욕적인 시기가 일제강점기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치욕의 기간이나 질적인 면에서 본다면 중국이 일본보다 더 악질이었다. 무려 조선왕조 500년 동안 중국은 우리나라를 속국으로 여겼다. 조선의 왕은 그 신분상 중국 사신 아래였다. 중국에서 사신이 오면 조선의 왕은 직접 신하들을 대동하고 지금의 독립문 자리에 있었던 영은문(迎恩門)까지 나가 영접해야 했다. 영은문이라는 뜻은 중국 황제의 은혜 내림을 영접한다는 의미이니 더 말해서 무엇하랴! 조선의 왕은 중국 황제의 허락을 얻지 못하면 오르지 못하는 자리였고, 매년 중국 황제에 바쳐야 하는 공물이 엄청났으며, 중국 조정의 사신으로 온 자들이 뒤로 챙기는 뇌물은 상상을 초월했다. 그리고 그 피해는 백성의 몫이었다.
1894년 청일전쟁에서 중국이 패하고서야 비로소 조선은 독립을 선언하였다. 그것을 기념하기 위하여 세운 것이 독립문이다. 즉 영은문을 헐어버리고 조선이 독립국임을 중국에 선포한 것이다. 서재필 등 당대의 선각자들은 독립신문과 독립협회도 만들었다. 중국 사신의 숙소였던 모화관을 독립관으로 명칭 변경하고 독립협회의 사무실로 사용하였다. 이제 조선 땅에 중국은 없었다. 역사상 처음으로 조선은 대한 제국이라는 이름을 선포하고 중국과 대등하게 황제 즉위식을 거행하였다. 그야말로 독립 국가가 된 것이었다.
그 중국이 다시 한국을 삼키려 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동북공정을 통하여 한국의 역사를 중국의 일부로 편입시키고, 김치, 가야금, 아리랑을 모두 중국의 것이라고 생떼를 쓰고 있다. 여기에 편승한 국내 친중파들의 매국 행위가 눈에 거슬린다. 요즘 ‘조선구마사’라는 드라마의 중단이 화제가 되고 있다. 구마(驅魔)는 악귀를 쫓아내는 일이고, 구마사는 이를 행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이 드라마에서 묘사된 실내 장식, 음식, 의상, 군사들의 검이 모두 중국 식이다. 왕세자 충녕대군(세종대왕)이 서서 중국 사신을 맞이하고 음식을 대접하는 모욕적인 장면도 나온다. 중국의 IT기업 텐센트에서 운영하고 있는 WeTV는 ‘조선구마사’ 해설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이 건국된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둔 드라마”라고 썼다가 바로 삭제하였다. 중국으로부터 독립된 나라를 다시 팔아먹으려는 매국노들이 활개치고 있다. 오늘날 호시탐탐 한국을 다시 삼키려는 야심에는 중국과 일본이 다를 바가 없다.
문성모 목사
<전 서울장신대 총장•강남제일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