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듣기는 속히 하고 말하기는 더디 하며 성내기도 더디 하라 [야고보서 1:19]
두 번째 사례는 분노에 사로잡힌 사울 왕이다. 블레셋 장수 골리앗을 쓰러뜨리고 이스라엘에게 승리를 안긴 다윗! 개선 행렬을 바라보며 여인들이 다윗을 향해 승리의 찬가를 외친다. 사울이 죽인 자는 천천이요, 다윗은 만만이로다.(삼상 18:7) 다윗의 인기가 높아지자 사울이 그 말에 불쾌하여 심히 노하여 그 날 후로 다윗을 주목하였다 하며(삼상 18:9), 이후로 다윗을 향해 분노를 쏟아내기 시작한다. 이날 이후로 다윗은 사울의 창을 두번이나 피하고 광야로 쫓겨나가 사울이 길보아 전투에서 죽기까지 떠돌이 삶을 살게 된다. 다윗은 사울 왕의 분노의 희생자였다.
성경이 말하는 분노에 대한 태도는 “분을 내어도 죄를 짓지 말며 해가 지도록 분을 품지 말고 마귀에게 틈을 주지 말라”(엡 4:26~27)고 한다. 성경은 분노에 대해서 몇 가지 분명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분노 자체를 문제 삼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분노라는 것은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부당한 일을 경험하거나 자신 안에 해결되지 않은 욕구가 있을 때 우리는 다양한 분노를 가질 수 있다. 예수님도 성전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을 보며 화를 내시고 다 엎으시고 내어쫓으셨다.(마 21:12) 사회적, 종교적, 정치적으로 불의한 권력이나 부당한 일들에 대항할 수 있는 것은 우리 안에 분노라는 감정 에너지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성경은 동시에 분노를 통해 죄가 틈타지 못하도록 해야 함을 말씀하고 있다. 가인이나 사울 왕도 분노를 통해 죄가 틈타게 허용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되었다. 이 때의 분노는 자신 안에 해결되지 않은 욕구에 대한 2차적 감정으로서의 분노였다. 즉, 자기 내면의 수치심, 열등감, 죄책감 등을 스스로 직면하지 않고, 타인의 문제로 투사시키는 과정에서 분노가 발생하였다. 분노조절장애도 분노가 자신 안에 해결되지 않은 상처나 욕구들로 인해 발생하는 것인데, 그것이 마치 타인이 원인인 것처럼 투사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심리적 문제이다.
황원준 전문의
<황원준 정신의학과 원장•주안교회 시무장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