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미국 CBS 방송이 코로나로 활동에 많은 제약을 받는 연인들만이 아니라 지난 50년 동안 추억으로 간직하였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회상하고 싶어하는 많은 팬들에게 보내는 프로그램을 제작했으니 1970년에 제작되어 수많은 젊은 연인들의 심금을 울렸던 영화 러브 스토리(Love Story)의 남녀 주인공인 알리 맥그로와 라이언 오닐을 화상으로 연결해 인터뷰를 진행한 것이다. ‘러브스토리’는 당시에 밸런타인데이를 계기로 출판되어 2100만 부라는 천문학적인 판매를 올렸던 에릭 시걸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그리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동명의 영화가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두 명의 무명 배우를 젊은이들의 우상으로 만들었고 파산으로 기울던 패러마운트 영화사를 다시 회생시켜 준 기적의 영화가 되었다. 영화는 부유한 집안의 아들과 가난한 이탈리아 이민자 가정의 고학생 사이의 사랑 이야기로 집안의 반대로 두 연인은 힘겹지만 아름다운 사랑을 이어가지만, 뜻하지 않은 병으로 아름다운 여주인공은 사망한다는 조금은 통속적인 이야기를 신선한 배우들이 순수하고 깔끔한 연기로 맛깔스럽게 표현해 생각지도 않은 대박을 터뜨렸다. 당시 미국은 히피문화가 팽배하기 시작했고, 베트남전쟁으로 인해 사회가 몹시 혼돈하여 젊은이들이 여러 가지 모양으로 흔들리던 가운데 순수한 연인들의 사랑 이야기는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리하여 이 영화의 주인공인 남학생이 다녔던 하버드 대학은 매년 봄이면 이 영화를 사랑하는 학생들이 모여 영화를 보기도 하고, 이 영화를 기리는 행사를 이어 오기도 하였고, 지난 2016년에는 두 명의 배우를 초청해서 영화의 장면들을 재연하는 행사를 갖기도 했다.
이 영화와 내가 갖는 인연은 조금은 색다르다. 영화는 1970년 12월에 미국으로 이민 간 때에 개봉했다. 물론 나는 영화와 상관없는 바쁜 이민생활을 했는데, 1971년4월에 한 허름한 영화관에 취직해 영사기를 돌리는 기사로 일했고 이 영화를 극장에서 상영함으로 수십 번을 보게 되었다. 따라서 이 영화의 대사이며 사랑 이야기에서 많이 회자되는 「사랑이라는 건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 거야」라는 명언을 귀가 아프게 들었다. 또한 앤디 윌리암스가 부르는 「Where do I begin-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 모르겠네요」로 시작되는 주제가는 언제나 내 귀를 적셔주는 노래가 되었다. 덕분에 노래는 물론 이 노래를 부르는 가수도 엄청 좋아해서 얼마 후에 태어난 둘째 아들의 이름을 앤디로 지어 간직하게 되었다. 그 당시 나도 비슷한 나이의 젊은이였고 비록 낯설고 언어 습관이 달라 적응하기가 무척 어려웠지만 영화에서와 같은 극심한 반대가 있지는 않고 오히려 어려움을 극복하라는 격려가 있는 환경에서 생활하였기에 피곤하지만 행복한 생활을 이루어 나갈 수가 있었다.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듯 꽃향기가 사방에서 느껴지는 초여름의 5월이 오면 꼭 50년 전에 지겹게 보았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았던 영화 러브 스토리(Love Story)가 떠오른다. 나의 젊은 시절의 로맨스를 상기시키면서 힘들었던 시기를 회상시키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비록 지금 우리의 형편이 몹시 어렵지만, 젊은이들은 다가올 미래를 계획하는 꿈을 자산으로 삼고, 나 같은 노인은 과거의 추억을 반추하면서 오늘을 보낸다면 정말 가슴이 따스해지는 5월이 열릴 것이라 기대해본다.
백형설 장로
<연동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