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창] “몰상식의 상식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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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정치투쟁이 격화되고 진영논리가 판을 치는 상황이라도 지켜지는 것이 있었다. 최소한의 상식과 염치였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내로남불의 2중 잣대로 상대방을 비난하고 우리 편을 옹호하다가도 도를 넘었다 싶으면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곤 퇴각했다. 그리고 격렬했던 논란은 침묵하는 다수가 동의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났다.
문 정권이 출범하기 전 한국 정치는 김대중, 노무현과 이명박, 박근혜라는 좌우변동을 겪었지만 대체로 이 같은 메커니즘이 작동해 왔다. 상식과 염치가 공론화 형성의 균형추 역할을 담당했던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에 60명이 넘는 새누리당 의원들이 동참한 것은 같은 편이라 하더라도 아닌 건 아니라는 상식적 판단 때문이었다. 이러한 정치문화는 문재인 정권에 들어와 종적을 감추었다. 집권당 내부의 다양성은 사라진 지 오래다. 이들 문파의 특징은 맹목적 절대지지에 있다. 노무현을 열렬히 응원하기도, 때로는 따끔히 비판하기도 했던 노사모와는 차원이 다르다. 이들은 보수 야당, 보수 언론, 정치 검찰로 부터 문재인을 보호하는 것을 자신의 사명으로 여긴다. ‘달빛 기사단’ ‘문꿀오소리’ 등의 팬클럽 작명도 그 같은 소명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문꿀오소리는 ‘우리 편 건들면 눈알 빠진다’는 섬뜩한 문구가 들어간 스카프를 제작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문파는 일반적인 추종자 집단이 아니다. 공세를 취할 때에는 최전선에서 표적을 무자비하게 공격하는 전위대 역할을 자처한다. 역으로 조국, 추미애 등 아무리 불리한 이슈가 불거지더라도 일방적으로 밀리지 않고 대치 전선을 형성하여 진영대결로 끌고 가는 버팀목 역할도 한다. 이들은 이 과정에서 진흙탕 개싸움, 이전투구(泥田鬪狗)를 마다하지 않는다. 조국 수호대는 스스로를 ‘개싸움 국민운동분부’라고 칭하였다. 문 정권의 정국 운영은 이들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문 정권과 문파들의 관계는 1960년대 중국 문화대혁명 당시 마오쩌둥 정권과 홍위병의 관계와 흡사하다. 대통령은 일찍이 이들을 “경쟁을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양념 같은 존재”라고 미화하였다. 이처럼 우기고 갈라치고 밀어붙이는 것을 본 정권의 전매특허가 되었다. 견제와 포용이라는 고차원적 가치는 고사하고 최소한의 상식과 염치조차 통용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들의 몰상식을 ‘빠’정치를 동원해 새로운 상식이라고 우긴다. 몰상식의 상식화야 말로 문재인 시대가 만들어 낸 뉴노멀이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수상한 상식의 세계가 지금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다. 뉴노멀이라고 다 수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19가 몰고 온 불가피한 뉴노멀도 있지만 야만의 정치, 재앙의 정치가 몰고 온 몰상식의 상식화라는 뉴노멀은 회피 할 수도 있고 또 그렇게 해야한다. 이번 4.7지방보선에서 보듯이 여권은 쓰라린 참패를 당했다. 미몽에서 벗어나야 한다. 어설픈 적폐청산으로 과학기술이 무너지고 나라가 병들고 있다. 여권은 자성하고 성찰을 통해 거듭나야 한다. 코로나바이러스 대책이나 제대로 진행됐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 지금이 바로 정신 똑바로 차리고 통회하고 기도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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