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가 온통 세계를 혼돈케 하고 있다. ‘코로나19’라는 이름으로 세계를 패닉 속에 빠트린 괴물이 언제 사라질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채 백신과 치료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어떤 의학전문지에는 코로나 사태가 10년은 지속될 것이라고도 한다. 마스크가 이제 패션이 되었고, 사회적 거리가 상식이 되었다. 이런 때에 코로나바이러스가 주는 교훈도 있다. 첫째는 지구공동체의 운명이다. ‘팬데믹’이란 지구촌 전체의 대유행이라는 뜻으로 코로나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한 곳은 어디에도 없다. 지구는 하나의 촌이다. 둘째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인간악이 만든 인재라는 것이다. 오래전까지만 해도 ‘슈퍼박테리아’, ‘슈퍼바이러스’라는 말이 없었는데 인간의 악이 바이러스를 이렇게 독하게 만든 것이다. 셋째는 코로나바이러스로 비대면을 강조하다보니 인간 사이의 비인간화, 비인격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사람을 대면하기를 거부하는 것 이상으로 사람을 바이러스 취급하는 것 같다. 넷째는 보이지 않는 것의 위험성과 중요성을 확인하게 된다.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창궐하니 보이는 세계는 무능력하게 되었다. IT, NT, AI, Robot, Dron 같은 인간이 자랑하던 기술들은 다 어디가고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다섯째는 코로나바이러스로 현장예배를 드리지 못하게 되므로 예배의 중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하나님께 제사하는 것이 출애굽의 목적이듯 예배는 구원의 목적이며, 예배는 그리스도인 삶의 중심인데 예배가 붕괴되고 있다. 예배가 붕괴되면 그리스도인의 모든 신앙의 삶이 붕괴된다. 전도, 성경공부, 봉사, 봉헌, 성도의 교제 등 어느 하나 제대로 되는 것이 없다.
‘코로나19’의 극성으로 현장예배를 드리지 못하고 비대면 화상예배를 드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일지 모르나 이러한 특수성이 자칫 보편성이 될까 우려한다. 어떤 경우이든 특수성이 보편화되면 비정상이 되는 것이다. 예배 출석이 어려운 환자나 여행 중일 때 화상예배를 드리는 것은 격려할 일이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 화상예배를 드린다면 예배의 자세가 아니라는 것이다. 하나님은 제사를 기뻐하시지만 홍해를 건너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빨리 제사부터 드리라고 하지 않으시고 사흘 길을 가서 희생을 드리라고 하셨다. 또한 하나님은 “너는 삼가서 네게 보이는 아무 곳에서나 번제를 드리지 말고”(신 12:13)라고 하셨다. 예배는 분명한 장소와 예전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해야 참 예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배는 구원의 목적이다. 우리의 구원을 이루기 위하여 그리스도께서 목숨을 버리셨다면 우리도 구원의 목적인 예배를 위하여 목숨을 버릴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와중에 두 장로님을 소개하려고 한다. 한 장로님은 은퇴하신 원로장로님이신데 3대가 함께 한 교회를 섬기시는 가정의 할아버지이시다. 사회적 거리가 2.5단계로 상승되어 예배 인원을 제한하고 예배당에 20명만 출입이 가능할 때도 장로님은 온 가족 12명을 데리고 예배에 참석하셨다. 장로님은 예배는 예배당에서 드려야 한다는 의지를 절대로 꺾지 않으셨다. 문자 그대로 예배를 사수하시는 것이다.
다른 한 장로님은 은퇴를 앞둔 시무장로님이시다. 평소에 장로님은 예배당 제일 앞줄에 앉으셔서 예배의 시종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으시는 모범을 보이시는 장로님이시다. 예배 인원을 제한하고 화상예배를 권할 때 장로님은 꼭 필요한 예배위원들이 현장예배에 참석해야 한다고 스스로 화상예배를 선택하셨다. 장로님은 아들네와 함께 사시는 가정이신데 주일이 되면 예배시간 전에 텔레비전 앞에 온 식구가 모이게 하신다. 모든 식구가 성경 찬송가를 지참하고 예배에 참석할 때의 복장으로 앉아 장로님의 인도로 찬송으로 준비하고 예배에 참석하신다. 그리고 온 가족이 봉헌을 한 다음에 장로님이 친히 온라인으로 교회에 송금하신다. 화상예배라고 하여 아무런 복장으로 참여하거나 예배시간에 늦은 적이 없으시다. ‘코로나19’로 드리는 화상예배 덕이 장로님 댁의 ‘가정예배’도 다시 살아났다.
한국교회는 이름만 들어도 고개가 숙여지는 장로님들을 배출하였다. 한국장로교회는 항존직 장로제라는 독특한 장로제도를 가지고 있다. 항존직 장로제도가 한국교회의 자랑일 수 있는 것은 예배의 존엄성을 사수하는 장로님 때문일 것이다. 이런 장로님의 자세는 예배의 본질을 가정과 교회에 확실하게 심을 뿐만 아니라 ‘코로나19’를 속히 날려버릴 수가 있을 것이다.
이성희 목사
<증경총회장·연동교회 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