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어린이라는 단어는 소파 방정환이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문헌적으로는 1519년에 만들어진 『경민편(警民編)』에 처음 등장한다. 이 책은 황해도 관찰사 김정국이 백성의 풍습과 도덕을 경계하기 위해 편찬한 것이다. ‘어린이’가 지금은 자연스러운 명사가 되었지만, 1920년 방정환이 어리다는 형용사를 명사화하여 어른의 대칭어로 처음 사용했을 때 그 어색함이 얼마나 컸을까를 지금 사람들은 상상하기 어렵다.
방정환은 1923년 「어린이」라는 잡지를 창간하여 본격적인 어린이 인권신장에 앞장섰다. 이후 1922년 어린이날을 5월 1일로 정하고, 1923년에는 처음으로 전국적인 어린이날 행사가 열렸다. 1927년에는 5월 첫째 일요일로 날짜를 바뀌었고, 1939년 일본의 금지명령으로 행사가 중단되었다가 1946년 부활되었다. 1961년부터 어린이날은 5월 5일로 확정되어 오늘에 이른다.
세계적으로는 1925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모인 아동 복지를 위한 세계 회의(World Conference for the Well-being of Children)에서 6월 1일을 국제 어린이날로 정하였다. 그리고 1954년부터는 유엔과 유네스코가 11월 20일을 세계어린이날(Universal Children’s Day)로 정하여 기념하기 시작하였다.
어린이의 인권과 가치에 대하여 가장 먼저 눈을 뜬 것은 기독교이다. 전 세계 여러 국가의 어린이날이 20세기에 들어와 제정되었지만, 어린이주일은 19세기 중반에 이미 시작되었다. 미국 메사추세츠주 유니버설리스트(Universalist) 제일교회의 레오날드(G.HLeonald) 목사가 1856년 6월 둘째 주일을 어린이주일로 지킨 것이 그 효시이다.
1868년 미국 감리교회는 이날을 기념일로 정했으며, 1883년부터는 미국의 모든 교회가 6월 둘째 주일을 어린이주일로 지키게 되어 오늘에 이른다. 우리나라에서도 미국의 영향을 받아 선교사들이 활동하던 초창기에는 6월 둘째 주일을 어린이주일로 지켰다. 그러다가 1956년부터 어린이날과 근접한 5월 첫째 주일로 변경하였다.
방정환은 천도교인으로 손병희의 사위였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어린이날은 천도교가 주도하여 제정되었다. 그러나 기독교의 어린이주일 전통은 훨씬 이전부터 있었고, 선교사들에 의하여 어린이의 인권과 존재 가치가 우리나라에도 자각되었다. 어린이가 점점 사라지는 대한민국이 걱정스럽다.
문성모 목사
<전 서울장신대 총장•강남제일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