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광장] 민망한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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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공휴일인 석가탄신일에 서울의 큰 불교사찰인 종로구의 조계사와 강남의 봉은사에서 큰 소동은 아니지만 기독교인으로 믿어지는 사람들 때문에 경찰이 출동하는 등 한동안 소란이 있었다고 한다. 신문보도에 따르면 조계사 앞에서는 타 종교인 10여 명이 몰려 “하나님의 뜻을 전파하러 왔다”며 소리쳤고, 봉은사에는 한 여성이 법당에 신발을 신은 채 들어가 “코로나인데 사람이 너무 많다”고 외치며 스님들에게 항의를 했다.
19일 오전 7시부터 조계사 일주문 앞길에 팻말을 든 10여 명이 모여 돌아다니다가 10시쯤부터 찬송가를 부르고 “하나님의 뜻을 전파하러 왔다”고 말했다. 팻말에는 ‘인간이 손으로 만든 탑도 불상도 모두 우상’ 등 어구와 ‘오직 예수,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겠고…’라는 성경 구절 등도 담겼다. 조계사 관계자와 신도들이 이들을 말리러 나서다 한때 몸싸움이 벌어졌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해 이 사람들을 해산시켰으나 이들은 산발적으로 흩어져 조계사 주변을 한동안 떠나지 않았다고 한다. 조계사 측은 이날 “행사에 방해가 될 수밖에 없는 행동을 했다”면서도 이들을 고발하지는 않았다.

오래 전이지만 일단의 대학생들이 동국대학교 구내에 들어와서 불교비판 대자보를 붙이고 봉은사 경내에 와서는 선교를 위한 ‘땅밟기(prayer walking)’ 활동을 벌여 문제를 일으킨 적도 있다. 우리나라와 같은 다종교 사회에서 이런 사건의 빈도가 많지 않은 것은 일견 다행하다고 할 수 있겠으나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기독교회에 접근하여 예배를 방해한다든지 하는 사례가 거의 전무하다는 점에서 엊그제 조계사 등지의 사건은 매우 민망하다. 더욱 신경이 쓰이는 것은 오늘날 기독교회의 예배가 극히 제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집단감염 사태가 몇몇 교회에서 발생하여 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조계사 등 사건 보도에 대한 독자의 ‘댓글’들을 살펴보니 타종교인들의 반응이 심각하다. 몇 개만 따와 보면: “예수가 남의 집 생신잔치에 가서 그랬더냐?”, “예수께 코로나를 없애 달라 기도해서 그 성과를 가지고 타종교를 설득하도록 하라”, “만약 이 분(들)이 이스라엘이나 사우디, 이란에서 이리하였다면 어찌될까요?”, “다른 것,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오직 내 것만, 나만 옳다고 주장하는 철저한 이기주의자들…”, “불교도가 교회 앞에 가서 떠들거나 방해한 일이 없는데 기독교는 왜 남을 괴롭히지 못해서 안달인가?” 그리고 어떤 이는 “일부 진정한 예수님을 잘못 아는 자들의 철없는 소행이니 널리 용서해주시기를 바랍니다”고 대신 사죄도 하고 있다.

인간 사회에서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가장 근본적인 행동강령은 “누가 나에게 해주기를 원하는 대로 그에게 행하라”, 그리고 “네가 받기 원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주지 말라”인데 이를 일컬어 ‘황금률(Golden Rule)’이라고 한다. 이는 예수 산상수훈 가운데(7:12) 그대로 들어 있고 구약 레위기(19:18) 말씀에 있다. 뿐만 아니라 불교, 이슬람교, 힌두교, 도교에 이르기까지 같은 가르침을 말하고, 공자는 자공의 물음에 “자기가 바라지 않는 바를 사람에게 행하지 말라”고 답했다.
우리는 예수 구원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을 갖고 있고 그 믿음을 타인에게 전파하는 절대적인 사명을 갖는다. 그러나 그 타인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불가역의 명을 받았다.

김명식 장로 • 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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