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퀴즈 문제이다. 솔로몬이 왕이 되었을 때, 하나님은 그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셨다. 솔로몬은 “듣는 마음을 종에게 주사 주의 백성을 재판하여 선악을 분별하게 하옵소서”라고 했다. 구약시대 왕의 중요한 임무 중의 하나는 재판권이었다. 요즈음 말로 하면 왕의 재판은 ‘대법원’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솔로몬은 재판 당사자 양편의 말을 잘 듣고, 선과 악을 분별하여 공정하고 의로운 재판을 할 수 있는 ‘분별력’을 달라고 한 것이다. 하나님은 기뻐하시면 솔로몬에게 말씀하셨다. “자기를 위하여 장수하기도 구하지 아니하며, 부도 구하지 아니하며… 오직 송사를 듣고 (선과 악을) 분별하는 ‘지혜’를 구하였으니 내가 네 말대로 하여 ‘지혜롭고’ 총명한 마음을 주노라.” (왕상 3:5-12, 개역개정판)
사실 솔로몬은 하나님께 ‘지혜’를 구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백성들의 송사를 잘 듣고 (‘듣는 마음’) 선과 악을 분별하여 공정한 판단을 하는 것을 하나님은 ‘지혜’라고 하셨다. 그리고 솔로몬에게 ‘지혜롭고’ 총명한 마음을 주셨다.
다음, 솔로몬의 뛰어난 지혜에 관한 기록을 읽어본다. “솔로몬의 지혜가 동쪽 모든 사람의 지혜와 애굽의 모든 지혜보다 뛰어난지라… 그가 잠언 3천 가지를 말하였고, 그의 노래는 1005편이며, 그가 또 초목에 대하여 말하되 레바논의 백향목으로부터 담에 나는 우슬초까지 하고, 그가 또 짐승과 새와 기어 다니는 것과 물고기에 대하여 말한지라. 사람들이 솔로몬의 지혜를 들으러 왔으니…” (왕상 4:30-34) 솔로몬의 지혜가 특출하게 뛰어나서 그는 많은 잠언과 노래를 지었고, 오늘날로 말하면 식물학(레바논의 백향목, 담에 나는 우슬초), 동물학(짐승), 조류학(새), 파충류학(기어 다니는 것), 어류학(물고기)까지 모두 통달했다는 것이다. 솔로몬의 ‘지혜’가 이들 모든 학문 분야에 뛰어났다는 것이다.
퀴즈 문제는 이것이다. 하나님께서 솔로몬에게 주셨던 재판에서 선악을 분별하는 ‘지혜’와, 잠언과 노래를 짓고 식물학 동물학 어류학 등까지 통달했다는 ‘지혜’는 같은 의미의 ‘지혜’인가? 아니면 다른 의미의 ‘지혜’인가? 답부터 말하면, 같은 의미가 아니다. 다른 의미의 ‘지혜’이다. 조금 설명이 필요하다.
우리가 사용하는 말은 경우와 상황에 따라서 다양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또한 시대에 따라서 그 의미가 변하기도 한다. 쉬운 예를 들어본다. ‘도’(道)라고 하면 ‘길’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도통했다’ ‘도를 닦는다’고 했을 때 ‘도’는 종교적으로 근본이 되는 이치, 종교적 수양을 의미한다.
‘닥터(doctor)’는 석사 뒤에 연구를 계속해서 받는 학위이다. 그래서 대학에서는 교수들을 보통 ‘박사’로 호칭한다. 그러나 병원에서 ‘닥터’라고 하면 으레 ‘의사’를 지칭한다. 또한 비행기 안에서 긴급환자가 생겼을 때, “기내에 닥터가 계십니까?”라고 하면 ‘의사’를 의미한다.
‘Drug’은 약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미국 입국 시 공항 검색에서 검색원이 상비약을 보고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drug’이라고 대답했다가는 곤욕을 치를지 모른다. 오늘날 미국에서 drug은 보통 ‘마약’을 뜻하기 때문이다. ‘지혜’라는 말도 구약시대에는 ‘슬기롭다’는 뜻 외에 또 다른 특별한 의미로 사용된 말이었다.
박준서 교수<피터스목사기념사업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