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에서 숫자가 어떤 의미를 갖는가에 대한 여러 견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사람 없는 종교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종교란 그것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에 의해서 형성되기도 하고 쇠망하기도 한다. 우리는 성지순례를 다녀오면 감격만 남는 것이 아니다. 초대교회 시절 찬란한 부흥을 이루었던 일곱 교회는 이제 폐허로 남아 있다. 그 웅장하고 아름다웠던 성 소피아 성당은 이슬람 사원이 되어 버렸다. 예루살렘의 가장 중심부 솔로몬 성전 터에는 이슬람의 황금사원이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사람을 잃어버리고 쇠망한 종교의 말로가 어떻게 되는가를 보여 준다.
어떤 친기독교적 종교학자가 이런 말을 하였다. “기독교인들이 잘못하면 하나님이 돌아가실 수도 있다.” 우리는 이 말을 깊이 새겨들어야 한다. 물론 하나님이 돌아가실 리는 없지만, 사람을 얻지 못하는 기독교는 그 땅에서 하나님을 돌아가시게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말이다.
한국 기독교에 대하여 비판을 일삼는 사람들은 교회가 한창 부흥할 때는 “사람 숫자 많은 것은 중요하지 않다.”라는 논리를 펴면서 교회를 비난하였다. 그런데 이들은 교인 수가 줄어드는 요즘에는 오히려 사람 수가 준다고 또 교회를 비판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개설한 소셜네트워크의 방문자와 가입자 수가 몇만 명에 이른다고 스스로가 자가당착에 빠져 숫자 자랑을 해대고 있다. 자신들은 숫자의 한계를 벗어나지도 못하면서 교회에 대해서는 많이 모일 때는 많이 모인다고 비판하고, 적게 모이니까 적게 모인다고 비난하는 것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교회는 휘청거리고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교회 비판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려는 무리들은 반성이나 위기감이 없다. 이제는 변해야 한다. 교회를 보듬으며 함께 울고 위로하는 어머니가 되어야 한다. 1천만 가까운 기독교 울타리 안에서 글 쓰고, 말하고, 돈 벌고, 자기 존재를 과시하며 사는 사람들은, 교회 현장이라는 복음의 최전방에서 수고하는 목회자들을 고맙게 생각하고 위로하며 격려하는 자세로 탈바꿈해야 한다. 순망치한(脣亡齒寒)이라는 고사성어를 생각하면서 교회의 우군이 되라. 교회가 무너지면 기독교 간판을 걸고 운영하는 신학교도 기관도 언론도 자선단체도 모두 사라지게 될 것을 명심하라. 입술이 없으면 이가 온전히 보전될 수 없다.
문성모 목사
<전 서울장신대 총장•강남제일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