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를 여는 시의 향기] 잔잔한 6월의 그림 (렘 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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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6월을 맞으며

점 하나 없는

6월의 하얀 종이 위에

무슨 글을 써 놓을까

아니면 어떤 그림을 그릴까

백지로 6월을 본다.

잘 다듬은 글 오르면

잔잔한 사연이 오고갈게고

시끌시끌한 시장에서

꼬깃꼬깃 주머니에 담는

지폐 한 장 빼앗듯

긁어 모으느라 상처난

아픈 자리 어루만지고

쓰다듬을 말이면

그것도 아름다운 위로이리라.

큰 소리 마다시며

나직이 내려앉아

6월이 그립다 하면

마음은 잔잔한 호수같아

서로를 어루만지는 6월 되리라.

소문난 세상 일로

남까지 짓밝고 짓누를

돋보이기 경쟁심으로

이 하얀 백지를 낙서로 갈겨대면

가진 것 모두까지 빼앗길

6월은 그림자까지도 낙서판 되리라.

이런 꿈을 꾸리라.

잔잔한 호수

새 한 마리 날아오르니

작은 바람에도 이는 잔잔한 물결

깊은 물속은 맑디 맑은데

스스롤 비우는 호수만 파르르 떨며 웃음 짓는다.

6월의 호수는

물소리는 없어도

에너지를 싣고 올 발전기로 불을 켜노라면

깊은 흐름이 바위에 터널을 내고

오솔길은 고속도로 되고

조용한 혁명은 잔잔한 흐름으로 말하리라. 

<시작(詩作) 노트>

6월의 그림을 상상한다. 6월은 금년의 꼭 절반에 이르는 달이기에 꿈을 심는 글이나 그림을 그려보자는 것이다. 백지 한 장을 받아 들었다고 생각해보자. 그 위에 무슨 글이나 그림을 그려보자는 제안이다. 잔잔한 호수에 어떤 놀이로 이 호수를 새롭게 할 것인가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나는 1960년 봄학기 때 당시 국문학 강의 시간을 맞이하여 설레이며 교수님을 만난 경험을 추억해 본다. 그때 교수님은 윤영춘(尹永春) 교수님이셨다. 교수님은 첫 강의에 백지 한 장씩을 우리 학생들에게 나누어 주시면서 ‘시’ 한 편씩을 주문하셨다. 제목은 ‘백지’였다. 나는 시를 썼다. 다음 시간 그 ‘시’로 교수님의 각별한 사랑을 받았다. 6월이면 그때가 생각난다. 백지같은 우리 인생사에 어떤 삶의 연기를 할까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김순권 목사

<증경총회장•경천교회 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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