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6월을 맞으며
점 하나 없는
6월의 하얀 종이 위에
무슨 글을 써 놓을까
아니면 어떤 그림을 그릴까
백지로 6월을 본다.
잘 다듬은 글 오르면
잔잔한 사연이 오고갈게고
시끌시끌한 시장에서
꼬깃꼬깃 주머니에 담는
지폐 한 장 빼앗듯
긁어 모으느라 상처난
아픈 자리 어루만지고
쓰다듬을 말이면
그것도 아름다운 위로이리라.
큰 소리 마다시며
나직이 내려앉아
6월이 그립다 하면
마음은 잔잔한 호수같아
서로를 어루만지는 6월 되리라.
소문난 세상 일로
남까지 짓밝고 짓누를
돋보이기 경쟁심으로
이 하얀 백지를 낙서로 갈겨대면
가진 것 모두까지 빼앗길
6월은 그림자까지도 낙서판 되리라.
이런 꿈을 꾸리라.
잔잔한 호수
새 한 마리 날아오르니
작은 바람에도 이는 잔잔한 물결
깊은 물속은 맑디 맑은데
스스롤 비우는 호수만 파르르 떨며 웃음 짓는다.
6월의 호수는
물소리는 없어도
에너지를 싣고 올 발전기로 불을 켜노라면
깊은 흐름이 바위에 터널을 내고
오솔길은 고속도로 되고
조용한 혁명은 잔잔한 흐름으로 말하리라.
<시작(詩作) 노트>
6월의 그림을 상상한다. 6월은 금년의 꼭 절반에 이르는 달이기에 꿈을 심는 글이나 그림을 그려보자는 것이다. 백지 한 장을 받아 들었다고 생각해보자. 그 위에 무슨 글이나 그림을 그려보자는 제안이다. 잔잔한 호수에 어떤 놀이로 이 호수를 새롭게 할 것인가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나는 1960년 봄학기 때 당시 국문학 강의 시간을 맞이하여 설레이며 교수님을 만난 경험을 추억해 본다. 그때 교수님은 윤영춘(尹永春) 교수님이셨다. 교수님은 첫 강의에 백지 한 장씩을 우리 학생들에게 나누어 주시면서 ‘시’ 한 편씩을 주문하셨다. 제목은 ‘백지’였다. 나는 시를 썼다. 다음 시간 그 ‘시’로 교수님의 각별한 사랑을 받았다. 6월이면 그때가 생각난다. 백지같은 우리 인생사에 어떤 삶의 연기를 할까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김순권 목사
<증경총회장•경천교회 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