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은 전쟁 첫날부터 나타났다. 즉 전쟁 발발 소식을 한국 정부보다 미국이 먼저 알고 먼저 대처에 들어갔다. 이런 경우는 한국전쟁밖에 없다. 참으로 신기하고 ‘기적’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북한은 6월 25일 새벽 4시 서해 최북단 옹진반도에 포격을 시작했다. 이곳에는 국군 17연대(2,719명)가 방어하고 있었는데 평소와 달리 수많은 포탄이 날아와 병력의 1/3(750명)이 죽거나 부상당했다. 이곳에는 미 군사고문단 5명이 상주하고 있었는데 전날이 토요일이라서 2명은 외박을 나가고 3명이 부대에 남아 있었다. 그런데 새벽에 비 오듯 포탄이 쏟아진 것이다. 전쟁이 시작된 것을 직감한 미 군사고문관이 전쟁 발발 소식을 무전으로 육군본부와 미 대사관에 전했다. 그러나 당시는 통신시설이 안 좋아 5시가 넘어서야 겨우 통화가 이루어졌다. 육본 정보처는 채병덕 참모총장에게 보고하고, 총장이 국방장관에게 보고된 시간은 7시였다. 그리고 장관이 대통령에게 보고하러 경무대에 도착한 시간은 10시였다. 대통령께서 비원에 산책 중이었으므로 기다렸다가 10시 30분쯤 보고됐다.
한편 미 대사관은 고문관으로부터 전쟁 소식을 보고받은 부대사를 거쳐 ‘무쵸’ 대사에게 보고됐다. 7시가 조금 넘어서였다. 무쵸 대사는 본국 보고를 위해 즉시 을지로입구 반도호텔 길 건너편에 있는 미 대사관으로 향했다. 운명의 순간은 여기서 시작됐다. 호텔 앞 도로를 건너는 순간 UP통신의 ‘젝 제임스’ 기자를 만났다.
“대사님, 일요일 아침 일찍 어딜 가십니까? 나 급해. 38선에 전쟁이 터졌어…!”
이 짧은 대화 한마디가 전쟁 소식을 세계에 전파시키게 된 것이다.
‘전쟁’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기자는 ‘특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즉시 대사관 1층에 있는 기자실로 뛰어 들어가 『한국전쟁 발발』소식을 샌프란시스코 지국으로 타전했다. 이 긴급 뉴스가 다시 뉴욕 본사에 접수되자 UP통신사는 흥분하기 시작했고, 즉시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한반도 전쟁 소식이 워싱턴에 도착되면서 워싱턴 정가는 발칵 뒤집어졌다. 현지시간 토요일 오후 8시 50분(한국 시간 25일. 오전 9시50분)
전쟁 소식을 접한 에치슨 국무장관은 즉시 트루먼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한편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전쟁 대비태세에 들어갔다. 한국에서는 신성모 국방장관이 아직 이승만 대통령에게 보고하기 40분 전이다. 한국 국무회의는 오후 2시에 소집됐다.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전쟁 초기 골든타임을 미국에게 빼앗겼다는 사실이다. 또한 을지로입구 도로상에서 기자와 무초 대사의 만남이 없었다면 전쟁 소식은 며칠 뒤에나 나왔을 것이다. 주말이기 때문이다. 단 10초 동안의 짧은 만남이 한국전쟁을 승리로 이끌게 한 기적을 만들어 낸 것이다.
미국은 토요일 밤이지만 재빠르게 움직였다. 전쟁 소식을 한국정부보다 ‘먼저 알고 먼저 대처’한 것은 대한민국을 살리시려는 하나님의 뜻이 무초 대사와 UP통신의 기자와의 만남을 통해서 역사하신 것이다. 이는 ‘하나님의 은총’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가 없다. 순간의 만남이 한국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한 하나님의 계획이었던 것이다.
에치슨 국무장관으로부터 한국전쟁소식을 보고 받은 트루먼 대통령은 일요일 임에도 불구하고 오후 7시 45분 백악관 안보회의를 소집했다. 휴양지에서 오는 도착시간에 맞춘 것이다.
빌리그레함 목사는 트루먼 대통령에게 즉시 한국을 도와야한다고 조언했다. 빌리그래함 목사의 한국구원 기도가 트루먼 대통령의 마음도 움직였다. 하나님께서 역사하셨기 때문이다. 전쟁 첫날 한국정부 보다 「먼저 알고, 먼저 대처」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하나님께서 강하게 역사하셨기 때문이다. 백악관 제1차 안보회의에서 한국 도움이 결정됐고, 우선 미 공군의 한국 출격 명령이 내려졌다. 즉 전쟁 첫날부터 미국은 한국전쟁에 개입했다. 오늘날 통신이 최고도로 발달한 시대에도 타국에 전쟁이 터졌다면 이에 참전할 것이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는데 수일 내지 수개월이 걸릴 것이다. 한국전에 즉시 개입한 사실은 전무후무한 하나님의 은총 덕분이다.
배영복 장로<연동교회>
• 한국예비역기독군인연합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