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하순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방문 이후 두 나라 사이의 관계가 매우 긴밀한 모습을 보여주어 반갑다. 4년 전 정권이 바뀌고 나서 현 정부가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나서고 북의 후견국이라 할 수 있는 중국에도 우호적 몸짓을 이어가는 가운데 미국에 대하여는 특히 안보협력 면에서 소극적 자세를 보인다고 많은 사람들이 우려를 표해왔기에 최근의 몇 가지 양국 간에 일어나는 사실들이 주목을 끈다.
바이든 행정부의 국무, 국방 두 장관이 동시에 서울을 방문해 우리와 최고위급 회담을 갖고 여러 가지 현안을 협의하였는데 각 대목마다 상호방위조약을 바탕으로 하는 동맹관계가 거듭 언급되었다. 경북 성주에 설치된 미군 THAAD 미사일 기지의 시설보완을 위한 자재 반입에 당국은 중국의 눈치를 살피는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지 않고 당당히 계획을 실행하였으며 연례 한미군 합동훈련도 북한 측의 비난에 위축되거나 하지 않고 주로 도상작전일 망정 착실히 진행한 것으로 신문에 보도되었다.
그런 가운데 3박5일간의 대통령 방미는 예상을 뛰어넘는 굵직한 자취를 남겼다. 우선 장문의 공동성명은 마치 양국관계를 중간 점검하는 듯이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상세하게 훑었는데 그 길이가 영문으로 2,600단어에 달하였다. (일본 스가 총리가 4월에 방미해서 발표한 공동성명은 약 2,000단어였다.) 이 글을 쓰기 위해 다시 문서를 열어보니 안보분야에서 경제/교역, 미래기술, 세계기후 문제 그리고 제3지역 지원에 이르는 다양하고 광범한 사항에 관한 치밀한 합의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한미관계」하면 우리 기독교인들은 먼저 19세기 말(1884년) 미국 북장로회와 감리회 선교사들의 제물포 상륙에서 비롯된 교류를 떠올린다. 이후 각 교단이 지역을 구분해 교회를 세우고 의료와 교육사업을 통해 이 땅의 근대화를 이끌어 낸 것은 하나님의 구원 사역에서 가장 효과적인 과정이 되었다. 일제 강점으로 중단되었던 한미관계는 6.25 침략전쟁에 미군이 참전함으로 새로운 단계에 들어가게 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한미공동성명은 “1955년 이후 170만 명 이상의 한국 학생들이 미국 교육기관에 입학하였고 200만 명 이상의 한국 시민들이 미국을 방문하거나, 미국에 근무 또는 거주하고 있으며 20만 명 이상의 미국 시민들이 한국에 거주하고 있다”고 보고한다.
세계지도를 펴놓고 보면 한반도는 일본 열도와 더불어 미국에서 가장 가까운 아시아 지역이다. 이곳에 민주주의 정치체제가 확고하고 자유시장경제가 활발히 운영되고 최첨단 기술이 계속 개발되고 있는 대한민국이 자리잡고 있음은 미국으로서도 든든하고 다행한 일이다. 전염병 백신과 반도체는 양국간에 당면한 중요한 협력분야로 대두되었고 우리 대기업이 수백억불에 달하는 대미 투자를 약속한 것은 주요 제품의 세계시장 진출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에 따른 것이다. 두 나라는 어느 모로 보든지 대등한 협력관계에 들어섰음을 확신하게 된다. 문화활동에서도 우리 작품과 배우가 두 해 연속 아카데미상을 수상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제 우리나라를 이끌어 나갈 사람들이 짊어진 가장 무거운 책무는 중국을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미국은 중국과의 호혜협력 대신 대결 제압의 길을 택하여 가고 있다. 강소국 대한민국이 담대하게 국가의 체통을 지키며 정의의 길로 나아갈 때 하나님은 마땅한 지혜를 공급해 주실 것이다.
김명식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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