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라고 하면 불신자들도 예를 갖추어 대하던 때가 있었다. 한국교회 초창기 때에는 ‘기독신자’라고만 해도 일단은 그를 믿을 만한 사람이라고 인정하는 것이 사회의 보편적인 현상이었다. “예수 믿는 사람”이라는 말은 그 사람은 믿을 만하다는 뜻이었는데, 지금은 빈정대고 모욕하는 듯한 말이 되었다.
목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목사는 한국 사회에서 문제 집단으로 여겨지는 듯하다. 목사에 대한 비난과 조롱과 모욕이 사회의 비방의 담을 넘어 교회 울안으로 들어와도 세울 대책이 없다. 그리고 그 강도도 점점 더 거세어지고 있다.
목사의 개혁이 교회 개혁이다. 이 사회에서 목사는 부도덕의 상징이 되어가고 있는 듯하여 두렵고, 아프다.
목사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이 지경에 이른 데는 그동안 도덕적, 인격적, 법적 그리고 신앙적 비난의 한복판에서 표적이 되어온 몇몇 스타목사(?)들의 영향이 결정적이라고 진단한다. 비리와 범죄로 비난 받으면서도 그것을 멈추지도, 회개 하지도 않고, 어쩔 것인가 하는 태도로 뻔뻔스럽게 마이 웨이를 하는 몇몇 목사들의 망령된 모습이 신자들의 실망과 분노를 넘어 사회문제가 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이런 사람들, 이런 교회 악을 저지르는 무리들을 막아서거나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이나 시스템이 우리 교회에 없다는 것이 실로 두려움이다.
열악한 환경과 상황 속에서도 말씀으로 신자들을 세우고, 주님의 영광을 위하여 사명에 매여 사는 강직하고, 착한 목사들이 화인 맞아 죄와 부끄러움을 모른 채 한국교회를 통째로 병들게 하는 그들과 같은 이름의 목사이기에 그들과 한 묶음으로 간주되고, 그들에게 주눅 들고, 하나님은 세상에서 모욕 당하신다. 사도 바울은 “…하나님의 이름이 너희 때문에 이방인 중에서 모독을 받는다.”(롬 2:24)며 탄식했는데, 바로 그 일이 오늘 한국 사회에서 몇몇 목사들로 인하여 일어나고 있다.
“한국교회 목사들…” 하고 싸잡아 목사들을 비난할 때 우리는 삼가 조심해야 한다. 그 목사님이 큰 교회를 담임하는 목사이거나 혹은 유명한 목사이기 때문에 그가 한 행동이나 생각이 당연히 한국교회 모든 목사들의 표본이나 대표가 된다고 전제하는 것은 두렵도록 왜곡되고, 잘못된 일이기 때문이다.
10만 명을 웃도는 한국교회의 목사들 가운데 절대 다수는 목사답게 그리고 경건한 신자로서 성경말씀대로 믿고, 섬겨 바른 목회를 하려고, 온갖 고생을 감수하며 사명에 매여 무릎으로 사는 착한 목사들이다. 그들은 결코 값싼 일꾼들이 아니며 결코 공공의 적일 수는 없다. 공공의 덕(德)과 유익과 거룩한 영향을 삶으로 끼치면서도 받는 영광 없이, 이름도 없이 믿음으로 소박하게 그러나 높은 자존감으로 사명에 사로잡혀 사는 진실한 신앙 지도자들이다.
목사들 가운데 사례비(생활비)가 엄청나서 그 내역이 밝혀지는 것이 싫거나 걱정하는 목사는 극소수인 반면, 절대다수의 목사들은 오히려 생활비가 너무 적어서 생활비의 액수나 내력이 밝혀지면 당할 창피가 두렵고, 상대를 근심시킬까 염려하는 사람들이다. 은퇴사례를 더 받기 위해 교회에 억지고집을 부리거나 추하고, 부끄러운 흥정을 벌이기는커녕 아예 은퇴사례 자체를 받을 수 없거나 사치로 여기는 목사들이 절대다수다.
한국의 5만여 교회 가운데 신도가 100명 이상 되는 교회가 15% 미만이라는 통계만 보아도, 미자립 교회가 80% 이상이라는 사실만으로도 현실을 짐작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일부의 목사가 행하는 못된 짓이 나와는 관계없다는 말이 아니다. 그 교회와 그 목사들의 잘못이고, 그렇지 않은 목사들은 아무책임도, 관계도 없다는 말도 아니다. 우리네 삶의 형편이나 태도와 상관없이 공동의 책임이 있다. 내가 저지르지 않았지만 책임을 져야 하는 일들이 분명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몇몇의 불의한 목사들이 벌이는 행각을 놓고, 그들에 대한 비판과 비난을 모든 목사에게 적용하여 비난하고, 매도하고, 적대시하는 것은 더더욱 정당한 처사가 아니다.
목사의 직임이 사회에서 부끄러움이 되고, 목사임을 밝히는 것이 거리낌이 되며, 사고가 터질 때마다 같은 목사라는 이유로 막연한 죄책감에 사로잡혀 살아야 하는 교회와 그 사회는 정상이 아니다.
지금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는 몇몇 목사들이 받는 비난은 마땅하다. 그러나 목사의 성직이 공공의 적이 되도록 방치해서는 안된다.
하나님 아버지의 이름이 세상에서, 성역의 현장에서 모독을 받지 않게 하고, 그 사명의 길을 건강한 목사로서 끝까지 걷기 위해 몸부림을 하는 목사님들을 존경한다.
황인찬 목사
<의왕중앙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