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서로 싸우거나 경쟁한다. 사랑의 종교인 기독교에서 인간관계의 기본은 사랑이라,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절대적인 계명 아래 살지만 신앙 세계의 사랑의 범주 밖에서는 경쟁과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이익은 유한하므로 이해의 충돌이 있게 마련인데 이를 해결하는 길은 경쟁을 통하여 그 이익을 나누는 방식이 있는가 하면 싸움으로 이긴 자가 전부를 다 갖게 되는 수도 있다.
한 나라라고 하는 단위 안에서는 정정당당한 경쟁을 통해 능력과 정성에 따라 적정하게 이익을 배분하는 것이 맞는데 정치권력에 대하여는 오로지 경쟁의 승자가 그 전부를 가져가게 되는데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5년에 한 번씩 치르는 대통령 선거가 이러한 분기점이 되는데 근년에 경쟁의 양상이 급격히 거칠어지면서 오늘날에는 완전히 싸움판이 벌어짐을 본다.
근대 국가사회는 정치권력을 향한 경쟁의 주체로 정당이란 것을 발명하고 민주주의 체제로 서로서로 기회의 균등을 보장하면서 합리적인 정치제도를 발전시켜 왔다. 그러나 일단 권력을 장악한 집단이 그 이익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갖은 술수를 동원하여 국민을 속이려 하고 이를 저지하기 위한 상대 집단의 저항이 있게 됨으로써 경쟁은 싸움이 되고 국민은 피곤한 관객이 되곤 한다. 다음 번 대통령 선거가 내년 3월초에 실시되는데 자칫 큰 싸움이 벌어질 것을 걱정하는 국민이 많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이라고 하는 초유의 사태에서 몇 달에 걸친 촛불집회가 이어졌고 그 결과로 대통령 탄핵과 정권교체가 따라왔다. 새 집권세력은 이를 단순한 정부 수뇌부의 교대를 넘어서 이 나라 정치사회 구조의 혁명적 전환의 기회로 삼고자 하여 지난 4년여 동안에 국가통치체계의 일대 개혁을 시도하고 산업, 노동, 복지, 부동산, 교육, 안보의 여러 분야에서 기존 정책에 수정을 가하고 심지어 에너지 기본계획마저 변경하여 반세기 동안 지속된 원자력발전에 종지부를 찍는 결정을 내렸다. 법원과 검찰의 인적 지휘구조를 뒤집고 경찰조직을 완전히 새로이 짜는데도 허약한 야당은 실효적 반대에 나서지 못했다.
두 전직 대통령과 대법원장, 국가정보책임자들의 투옥은 싸움판을 차리는 결정적 조치였다. 이제 이 나라 정치의 과정을 다시 민주적 경쟁의 장으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의 평화로운 삶이 회복될 수 있다. 연립정부가 가능한 내각책임제 개헌이 단속적으로 논의되다가도 실현에 접근하지 못하는 것은 정파들이 당장의 집권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대통령 선거에서 가령 55:45 또는 15:40:45 같은 득표 결과가 나오면 당선자의 정당은 국민의 표심을 상당히 정책에 반영하고 공직의 임명에도 winner-takes-all의 독단을 포기하여야 한다.
집권당의 일방적인 정책이 사회발전의 속도에 맞지 않거나 그에 역행할 때 심각한 부작용을 만나게 되고 바로 실패를 맛보는 것을 우리는 현정부에서 경험했다. 내년 봄이면 전 세계가 만 2년에 걸친 코로나19 역병의 고난으로부터 간신히 벗어나는 시점이 되고 우리나라도 개인과 사회활동이 완전한 회복에 이르는 활기찬 때를 맞게 될 것이다. 이러한 긍정적 새 출발에 서로의 목을 누르는 싸움은 맞지 않는다. 각 당의 후보 선출 과정에서부터 착한 경쟁을 보고 싶다.
김명식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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