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카이로의 근교 기자(Giza)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3개의 피라미드가 우뚝 서 있다. 이들 중 가장 높은 것은 케옵 왕(=쿠푸 왕이라고도 함)을 위해서 만든 피라미드이다. 원래 높이는 146m였었는데, 정상 부분이 훼손되어 오늘날은 139m 높이로 남아 있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정사각형 모양의 피라미드는 한 밑변이 무려 230m에 달하고, 경사각도는 4면이 모두 51.5035°로 되어 있어 최정상 꼭짓점에서 정확히 만나고 있다. 평균 2.5톤의 무거운 돌이 약 250만~300만 개가 정교하게 쌓아 만들어진 것이다. 인류가 만든 최대의 인공구조물이라는 영예를 지니고 있는 피라미드를 바라다보면 경탄의 탄성이 저절로 나오게 된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사실은 피라미드가 주전 2500년대 애굽 제3~4왕조 때 만들어 졌다는 사실이다. 단군 시대보다 앞선 까마득한 시대에 측량술과 건축술, 고등수학이 총동원되어 만들어진 것이다.
이야기를 메소포타미아 지역(오늘날 이라크)으로 돌려, 아브라함의 고향 ‘우르’에 가 보면, 바벨탑이 연상되는 거대한 ‘신전탑’의 유적이 남아 있다. (이를 지구라트 Ziggurat라고 부른다) 주전 2천 년 경에 만들어진 ‘지구라트’의 전면의 길이가 60m, 측면이 45m에 이르고, 현재 21m 높이의 부분까지 남아 있다. 지금부터 4천 년 전에 구워낸 진흙 벽돌과, 시멘트 역할을 하는 검은 역청이 진흙 벽돌 사이에 그대로 남아 있어 창세기 11장에 기록된 ‘바벨탑’ 이야기를 실감하게 한다.
주전 2천 년 때, 애굽과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는 고등 문명이 일어나 급속도로 발전했다. 인간의 지능과 이성을 십분 활용하여 자연 세계와 인간 사회 문제를 깊이 연구하고 사색하는 ‘지적운동’이 일어난 것이다. 이를 ‘지혜운동’이라고 부른다. 당시 각 나라 왕실에는 행정을 담당한 관리들이 필요했고, 관리들을 양성하는 ‘왕실 관리 학교’들이 세워졌다. 이 학교로 특출한 인재들이 모여들었고, 자연히 그곳은 ‘지적 활동’의 본거지들이 되었다. 왕실 학교를 중심으로 한 지적 활동의 결과, 천문학, 수학, 측량술과 같은 자연과학적 지식이 늘어났고, 그러한 지식을 활용하여 피라미드나 지구라트 같은 거대한 구조물을 만들 수 있었다.
또한 왕실 학교에서는 관리에게 필요한 문자를 읽고 쓰는 것, 왕실 예법을 가르칠 뿐만 아니라, 성공적이고 행복하게 사는 삶의 비결을 가르치는 교육용 잠언집들도 많이 만들어냈다. 그리고 삶의 의미와 목적, 신과 인간의 관계 등 철학적, 종교적 문제들에 관해서도 깊이 사색하고, 많은 저술도 남겼다. 이들을 모두 ‘지혜문학’이라고 부른다.
이스라엘에서 ‘지혜운동’이 일어난 것은 솔로몬 왕 때부터이다. 그는 해상 국제 무역을 통해서 엄청난 부를 축적했고, 그의 국제적 위상도 높아졌다. 솔로몬은 주변 나라들의 왕실과 활발하게 교류했고, 그 결과 구약 세계의 다른 나라들에서 이미 크게 발전한 지혜운동과 지혜문학이 대거 이스라엘로 들어오게 되었다. 따라서 구약성경 39권의 책들 중에서 ‘지혜문학’으로 분류되는 3권의 책들, 욥기, 잠언, 전도서는 다른 나라 지혜문학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책들이다. 예를 들면, 잠언 30장과 31장은 놀랍게도 주변 나라들의 잠언이 구약 안에 그대로 들어와 있다.
박준서 교수<피터스목사기념사업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