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누가 이 나라를 亡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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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국가 경영 책임자의 말을 듣다 보면 판단력이 정상인가 싶어 조마조마해지는 경우가 한두 번 아니다. 국가 경영에는 지능의 격차가 존재한다. 국가의 지능이란 곧 전략적 문제 해결 능력을 뜻한다. 현대사에서 대한민국은 머리 잘 쓰는 ‘두뇌형 국가’의 전형으로 꼽혀 왔다. 이승만은 글로벌 지정학의 향배를 꿰뚫어 보고 한·미 동맹이란 ‘신(神)의 한 수’를 현실화했다. 박정희는 수출 주도 경제개발이란 탁월한 전략으로 민족 역량을 활화산처럼 분출시켰다. 광복 후 70여 년, 시대의 고비마다 시대를 따라잡으려는 우리 나름의 국가적 전략이 있었다. 정권에 따라 실수도 나오고 오점도 남겼지만, 세계사의 큰 흐름에 역행하는 판단 미스만은 범하지 않았다. 가진 것 없는 나라가 오로지 머리 하나 잘 쓴 덕에 기적 같은 발전을 이루어 왔다. 그러나 우리가 자랑하던 국가 경영의 두뇌 기능에 이상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백신 조기 확보 실패는 국정 최고위층의 잘못된 판단이 낳은 참사였다. 오로지 백신만이 코로나 종결자가 될 수 있다는 당연한 상식을 정부는 무시했다. 그래서 지금은 어떤가. K방역은 완전 실패하고 있다. 절대 부족의 백신으로 지난 6일 코로나 확진자가 6개월 만에 1000명대를 넘어섰다. 원활하지 않은 국내 백신 공급이 그 첫째 이유로 꼽힌다. 최근 확진자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20~50대 중 대다수는 아직 백신을 한 차례도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가 경영은 사실을 사실대로 직시하는 것에서 출발하는데, 문 대통령의 상황 인식은 현실과 동떨어진 경우가 너무나 잦다.

‘코로나가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고 말한 것이 벌써 1년도 지난 일이다. 백신이 없는데도 ‘긴 터널의 끝이 보인다’ 거나, ‘다른 나라 보다 집단면역이 빠를 것’이라는 낙관론을 펼쳐 왔다. 경제 인식은 더 황당했다. 마차가 말을 끄는 ‘소득 주도 성장 정책’으로 온갖 부작용이 속출하는데도 정책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집값이 폭등해도 ‘부동산은 자신이 있다’ 하고, 서민 경제가 망가져도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우기며 4년을 보냈다. 도대체 대통령은 어느 세상에 살고 있는지 정말 의심스럽다. 국가 운명을 좌우할 주요 대목마다 자해(自害)와 다를 것 없는 의사 결정이 잇따르고 있다. 세계 최강의 한국형 원전을 죽이는 탈 원전, 서민층을 영원한 무주택자로 전락시키는 부동산 역주행, 청년들에게 ‘가붕개(가재·붕어·개구리)’로 살 것을 강요하는 사다리 걷어차기, 기업전사들을 교도소 담장 위에서 걷게 하는 가혹한 규제, 연금·재정 파산이란 예정된 미래 결과 방치하기, 보편적 복지라는 이름으로 필요하지도 원치도 않는 사람들에까지, 굳이 돈을 주겠다는 표퓰리즘, 그러면서 국채 비율 60%까지는 빚을 늘려도 괜찮다는 무책임과 무능, 동맹관계를 흔드는 맹목적 북한·중국 추종 등등이 그 좋은 예라 할 수 있겠다. 제정신으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국정이 마구 펼쳐지고 있다. 두뇌가 고장 난 나라가 어떤 길을 걷는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잘 말해주고 있다. 일본이 장기 침체의 함정에 빠졌던 2000년대 초, 일본 지식인들은 나라를 ‘알츠하이머병 환자’에 비유했다. 지력(智力)이 쇠진한 무뇌(無腦) 정치인, 생각 없는 생계형 관료들이 일본을 국가적 치매에 빠트렸다고 한탄했다. 통치 엘리트들이 전략 대신 이념(理念), 과학 대신 맹신(盲信), 미래 대신 과거(過去)에 빠진 나라가 어떻게 제대로 갈 수 있겠는가? 이대로라면 우리 앞에도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기다리고 있을게 분명하다. 이 모든 것은 지난 날 대통령을 잘못 뽑은 이 땅의 유권자들의 책임이 크다 하겠다. 누가 누구를 원망하겠는가. 한 사람의 국가 최고 지도자인, 대통령(大統領) 선출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뼈아프게 알고, 내년 대선(大選)은 제발 올바른 정신으로 치러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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