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를 여는 시의 향기] 8월에 보이는 시늉

Google+ LinkedIn Katalk +

푹푹 찌는

무더위가 무게를 싣는

8월의 오후

태양은 서산에 걸려있고

또 다른 심술 부림으로

여름을 보는 시늉을 준비한다.

여름 풍경을 말하듯

시골 초가지붕에 열린

박들이 서로 몸을 비비는 저녁

삽살개 한 마리는

권태롭게 낮잠을 자다가

꿈을 깨면서 숨을 할딱인다.

살아감의 분주함 따라

어느 아낙네의 치맛자락은

물동이를 이고 가는 모습으로

옛날의 8월이 여름풍경을 보인다.

여름의 묵직한 하늘을

머리에 이고

농사일에 구슬땀 흘리며

정성을 몸으로 쏟는

농부는 태양과 더불어

숨바꼭질로 보이는 여름 풍경이다.

말없이 흐르는

지루한 여름이 느릿느릿

어디론가 숨어서는

바로 오늘이 입추(立秋) 절기요

8월 10일은 말복(末伏)이어라.

이렇게 8월은

또 다른 여름의 시늉을 연출한다.

더위로 여름의 저녁을 괴롭히는

모기를 쫓느라 모깃불로 몸살인데

떠나는 8월의 여름은

사람 살아가는

이런 일 저런 모양의 시늉으로

주님이 엮어내는 섭리를 깨닫는다.

<시작(詩作) 노트>

8월이 되니 여름의 시늉은 여러 모양으로 나타난다. 8월의 풍경을 보는 듯 싶다. 태양은 달궈진 용광로 같다가는 저녁이 되면 서서히 식어가는 느낌을 서산에 기우는 그림자로 맥빠진 여름을 느낀다. 그런 땐 초가지붕에 열린 박들이 서로의 몸을 비비는 풍경을 보인다. 바로 그 저녁 무렵 물동이를 이고 우물을 찾는 시골 촌부의 치맛자락을 따라가는 삽살개가 눈에 선하게 풍경을 보여온다. 이런 8월 여름 풍경의 시늉은 계절 바뀜의 절기를 따라 변하는 것이다. 오늘(8월 7일)이 가을에 들어선다는 입추(立秋)요, 10일은 말복(末伏)이다. 역시 14일은 ‘칠석’이요 23일은 ‘처서’ 절기이다. 모두 8월에 있는 절기이다. ‘시늉’이란 ‘어떤 움직임이나 모양을 흉내냄’을 뜻한다. 여름이 보이는 8월의 시늉이다. 

김순권 목사

<증경총회장•경천교회 원로>

공유하기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