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후반부터 신일중고등학교에서 교편생활을 하다가 1970년대 중반, 미국 아틀란타로 이주한 친구 김동식 선생에게서 “캐나다 토론토 박재훈 목사님, 2021년 8월 2일 토론토 트릴리움 병원에서 소천”이라는 문자를 받았다. 약 5년 전, “박재훈-김희보 두 분 목사님의 향기로운 우정”이란 제목으로 쓴 ‘신앙산책 칼럼’을 읽은 기억이 있어 연락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연전에 박재훈 목사님의 편지를 내게 전해준 캐나다 토론토 「큰빛교회」 행정실에 메일을 보내어 미국의 친지로부터 박 목사님의 부음(訃音)을 전해 들었는데 혹시 장례식 순서지가 마련되어 있으면 보내달라고 했더니 바로 장례예배 순서지가 도착하였고 예배시간은 현지 시간으로 “8월 7일(토) 오전 11시”인데 당일 예배의 현장상황을 시청할 수 있는 링크도 보내 주었다. 한국시간 8월 8일 자정(12:00 a.m.)을 기다렸다가 링크를 클릭했더니 “故박재훈 목사 천국환송예배”라는 영상이 떠올라 장로신문 ‘신앙산책’ 가족들을 위해 ‘장례예배상황’을 중계해 드리게 되었다.
장례예배는 「큰빛교회」의 담임 노희송(Jason Noh)목사가 사회(司會)하였으며 각 순서는 영어와 한국어로 진행되었다. 먼저 묵도와 신앙고백(사도신경) 순서 후, 찬송가 85장 ‘구주를 생각만 해도’가 이어졌으며 토론토 영락교회 송민호 담임목사의 기도순서가 뒤따랐다.
이어서 故박재훈 목사님의 두 남매의 조사(弔辭)가 있었는데 먼저 따님 박순혜(Susan Park) 사모가 조사를 하고 나서 다음에 아드님인 박기성(Keith Park) 목사가 뒤이어 조사를 하였다. 따님은 영어로 진행한 조사에서 아버지는 ‘탁월한 음악가’였다고 회고하였다. 한번은 아버지에게 “아버지는 21세 때 <어서 돌아오오>를 작곡하셨는데 어떻게 그런 영감이 떠올랐나요?”라고 했더니 “나도 잘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라고 대답하신 일화를 소개하였다. 아드님은 조사를 통해 박재훈 목사님은 나에게 아버지이면서 동시에 스승이었고 멘토였다. 아버지에게 음악은 사랑의 대상이 아니고 사랑을 전하기 위한 도구였다. 아버지는 단순하고 순수하고 지극히 순결한 분이셨다. 그 어른께서는 하나님을 사랑하시다보니 교회를 사랑하셨고 조국을 사랑하셨으며 가족을 사랑하셨다.
「큰빛교회」 찬양대의 조가에 이어서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찬송가에는 박재훈 목사님이 작곡하신 곡이 아홉 개가 수록되어 있는데 그 곡들이 메들리로 가사와 찬양이 화면에 소개되었다. 515장 ‘눈을 들어 하늘 보라’(작곡: 1952/ 작사: 석진영), 392장 ‘주여 어린 사슴이’(작곡: 1947/ 작사: 전영택), 592장 ‘산마다 불이 탄다’(작곡: 1967/ 작사: 임옥인), 561장 ‘예수님의 사랑은’(작곡: 1997/ 작사: 안성진), 578장 ‘언제나 바라봐도’(작곡: 1947/ 작사: 김정준), 527장 ‘어서 돌아오오’(작곡: 1943/ 작사: 전영택), 17장 ‘사랑의 하나님’(작곡: 2003/ 작사: 김희보), 319장 ‘말씀으로 이 세상을’(작곡: 2004/ 작사: 김영진), 301장 ‘지금까지 지내온 것’(작곡: 1967/ 작사: T. Sasao) 등 모두 9곡이다.
이어서 「큰빛교회」 2대 담임 임현수 목사의 <100년 찬송의 열매>라는 제목의 설교가 있었다. 박재훈 목사님은 ‘종려나무(많은 열매)’와 ‘백향목(단단하고 향기로움)’과 ‘감람나무(장수)’같은 삶을 사셨다. 박 목사님은 1922년에 출생하셨는데 그 해는 기미독립운동(1919)이 일어난 지 3년 후로, 온 나라가 고달프고 힘든 시절이었으며 흑암의 시대요, 고통의 시대였다. 말하자면 민족의 한을 풀어야 하는 숙제를 안고 태어나셨다. 당시 어린애들이 부를만한 우리 노래가 없어 일본노래만 불렀는데 이들을 위해 주옥같은 동요 150곡과 수많은 합창곡, 찬송가와 또 오페라 곡으로 ‘유관순, 에스더, 손양원, 3.1운동(함성1919)’ 등을 작곡하셨다.
설교가 끝나고 384장 ‘나의 갈길 다가도록’을 부른 후, 이동원 목사, 홍정길 목사, 문성모 목사, 이기균 목사, 국영순 교수, 조성준 온타리오 노인복지부장관, 김운성 목사, 한 홍 목사 등 여덟 분의 추모영상이 소개되었다. 마지막 순서에서 온타리오 교회연합회장이며 염광교회 담임 이요환 목사의 축도를 끝으로 1시간 30분간 엄숙하고 장엄하며 경건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장례예배는 이렇게 막을 내리고 있었다.
문정일 장로
<대전성지교회•목원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