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중국인들은 우리나라를 해 뜨는 동방의 예의지국이라 불렀으며, 민족성을 가리켜 “어진 사람(仁人)”이니 “사양하기를 좋아하여 다투지 아니 한다(好讓不爭)” 혹은 “서로 도둑질하지 않아 문을 잠그는 법이 없으며, 여자들은 정숙하고 믿음이 두터우며 음란하지 않다.”라고 하여 칭찬해 마지않았다.
특히 서양에서는 부모를 공경하는 효(孝) 문화와 존댓말로 연장자를 예우하는 장유유서(長幼有序)의 문화를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농경시대에서 급속한 산업화로 도시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가 핵가족화로 이어지면서, 한 집안에 4대가 함께하는 가정이 요즘엔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또한 친족 간의 만남과 교류가 뜸해지면서, 오히려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생기며 가까운 친척을 거리에서 만나도 모르고 남처럼 지나쳐 버리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부모 세대와 현직에서 은퇴한 베이비부머(baby boomer)들은 가족을 위해 헌신적으로 희생하였으며, 국가와 민족을 위해 젊음을 다 바치고 이제 바쁘게 살아온 삶은 내려놓고 제2의 노후 생활을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젊은 세대로부터 생각의 차이와 가치관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낡고 쓸모없는 존재로 여기며, 대화를 거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특히 권위적인 사고로 잔소리가 많은 어르신들을 “꼰대”라고 부르고, 틀니를 딱딱거린다는 “틀딱”이라는 은어로 노인들을 비하하는 신조어가 생긴 세태의 변화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하지만 젊은 그들도 세월이 흐르면 노인이 된다는 것을 정녕 모르고 있는지?
오늘의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그 원동력은 일제강점기를 거쳐 한국전쟁 후 지독한 보릿고개를 극복하고, 근면과 성실 그리고 강인한 정신력으로 폐허위에 헌신과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젊은 세대들은 이러한 선조들의 피와 땀의 대가로 풍족한 삶을 누리면서도, 그 노고는 온데간데없고 그저 하늘에서 떨어진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요즘은 쌍둥이도 세대 차이가 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만큼 개인별 세대 차이가 크고 각자의 가치관과 개성이 뚜렷하다고 볼 수 있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정신으로 옛것을 익히고 그것을 미루어 새로움을 깨우쳐 가는 지혜가 필요하건만, 과거를 무조건 배척하며, 어른들을 무시하는 사회적 분위기, 예절과 존경은 구시대적 유물로 취급하며 어르신들이 젊은이들을 훈계하는 일은 감히 엄두도 못내는 세상이 되었다.
학교에서는 교권이 추락한 지가 오래되었으며 학생이 스승을 폭행하는가 하면 체벌 받은 학생의 부모가 교실에서 선생님을 폭행하는 일이 비일비재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윤리와 도덕 과목의 수업이 소홀해졌으며, 예의와 범절에 대한 인성교육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대를 살고 있지만 진즉 정치권과 교육계는 심각성에 대하여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인간의 충효사상(忠孝思想)은 길이길이 계승하여야 할 우리 민족의 소중한 정신이요 문화인 것이다. 이제라도 나라를 사랑하는 건전한 국가관 함양과 부모에게 효도하며 윗사람을 존경하는 아름다운 문화를 계승하여 동방예의지국의 명성을 되찾아야 할 것이다.
이상호 장로 (대구내당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