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아시아의 지도자를 꼽으라면 한국의 이승만, 박정희, 일본의 요시다 시게루, 사토 에이사쿠, 이케다 하야토, 중국의 마오쩌둥과 덩샤오핑, 대만의 장제스, 싱가폴의 리콴유 등이다. 이 중에서 미국무장관 헨리 키신저가 가장 배울 것이 많다고 격찬한 사람이 리콴유(李光耀/1923-2015)다. 그를 가리켜 “더 비교할 사람이 없을 정도의 지능과 판단력을 갖춘 사람”이라 하면서 지도자(leader) 겸 사상가(thinker)라고 표현했다. 이제 그 리콴유가 본 중국에 대하여 알아보자. ①중국은 거대한 시장과 구매력을 무기삼아 일본과 한국 등 인접 국가들을 자신의 경제시스템 속으로 빨아들이고 있다. 즉 군사력을 사용하지 않고 흡입 중이다. 경제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군사력보다 외교정책을 앞세운다. ②중국이 세계의 패권국가가 될 수 없는 약점은 문화, 언어 및 외국의 인재 영입의 난점이다. 영어를 공용어로 쓰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보다 4배나 많은 인구지만 기술 혁신이 어렵다. 경쟁과 토론문화가 취약하기 때문이다. ③중국은 절대로 자유민주체제가 될 수 없다. 그렇게 되려고 하면 붕괴될 것이다. 중국에선 민주화 혁명같은 것이 일어날 수 없다. 천안문 사태의 주동 학생들이 지금 어디 있는가? 그들은 1인1표제의 민주제도를 반대한다. 다당제에 의한 정쟁으로 안정이 깨질 것이고, 지방에 대한 중앙정부의 통제력이 약화되어 군벌(軍閥) 시대가 올 것이기 때문이다. ④지도부가 실용적이란걸 전제로 중국이 잘못될 확률은 20% 정도다. ⑤시진핑(習近平)은 전임 후진타오(胡錦濤)보다 강한 지도자다. 웃는 얼굴이지만 강철같은 영혼의 소유자이다. 시련을 많이 겪은 덕에 감정적 안정이 탁월하고, 개인적 불행으로 인해 판단력이 흐려지는 사람이 아니다. 남아공의 만델라와 같은 데가 있다. ⑥중국은 세계 최강의 국가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른 개발도상국과 달리 중국은 중국으로 남기를 원할 뿐 서양의 명예회원이 되기를 거부한다. 그러나 독일과 일본, 러시아가 군사적으로 영미권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경우를 연구하여 미국과 군사력 경쟁을 하면 질 것이라는걸 잘 알고 있다. 군사적 대결을 피하기 위해 고개를 숙이고 웃으면서 40년~50년 정도를 견뎌야 한다는 것도 잘 안다. 따라서 중국은 미국에 대해 군사력이 아니라 경제력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려고 한다. ⑦앞으로 십여 년간 전 세계가 직면할 가장 큰 문제를 열거하자면 그리스의 부채 위기, 북한의 위협, 일본의 정체 및 이란의 핵개발과 중동분쟁의 가능성들이다. ⑧러시아의 미래는 어둡다. 인구가 줄고 있고, 술, 비관주의, 출산율의 저하, 평균수명의 단축 등이다. 푸틴은 러시아인에게 미래의 희망을 제시해야 한다. 술을 그만 마셔라, 열심히 일하라, 좋은 가정을 만들고 관리하라, 좋은 아이들을 만들어라, 같은 것들을 강조해 왔다. 중국 천안문 광장에 가면 아직도 마오쩌둥의 대형 초상화를 붙여 놓고 있으며 중국화폐를 보면 여전히 마오쩌둥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는 지폐를 사용한다. 리콴유 총리의 중국에 대한 이해는 오늘날 한국의 정치지도자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틈새에 끼여있는 한국은 국방은 미국과 협력하고, 경제는 중국과 협력하고 싶어 하지만 우리의 소원일 뿐 상대국에서는 쉽게 용납되지 않는 문제이다. 잘못하면 양대국(진영)에서 모두 배척당해 낙동강에 오리알 신세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도 리콴유 정도의 탁월한 리더가 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리콴유는 인기에 연연하는 지도자가 아니었다. 그는 마키아벨리의 말을 인용했다. 지도자가 사랑을 받든지 두려움의 대상이 되든지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자신은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쪽을 택하겠다고 했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도 돼야 한다. 우리나라처럼 지도자가 냉소의 대상, 비아냥의 대상이 되는 것은 최악의 경우이기 때문이다.
김형태 박사
<한남대 14-15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