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경기에서는 반드시 승자와 패자가 있다. 승자와 패자가 똑같이 힘겨운 싸움을 하고 나면 승패가 갈린다. 승자는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지만 그 땀방울 속에서 승리의 환희를 볼 수 있다. 더욱이 마라톤 경기는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할 만큼 힘든 경기이다. 기나긴 거리를 시간 내에 완주한다는 것은 초자연적인 힘이 요구되는 것이다. 또 수십 명이 달릴지라도 월계관을 쓰는 우승자는 단 한 사람이다. 결승지점에 골인한 사람은 기진할 정도로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두 손을 번쩍 들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관중의 환호에 답한다. 그리고 힘 있는 말로 승리의 소감도 발표한다. 그러나 결승점에 도달하지 못한 선수들은 걷기도 힘들 정도로 지쳐 있다.
“이긴 자는 왕이 되고 패한 자는 도적이 된다.”라는 말이 만고불변의 진리처럼 들리지만 실제로 실패가 승리의 원동력이 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일부러 할 수 없는 실패이지만 실패가 승리의 발판이 되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인생에서 작은 좌절을 겪을 때는 흔히 이를 경험이라 생각하고 다시 시작한다. 그러나 큰 좌절이 우리에게 닥쳐오면 어쩔 줄 모르다가 결국 다시 일어서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런데 미국의 비즈니스계에서는 파산에 대하여 이렇게 말한다. “한 번도 망해 본 적이 없다면 그는 작은 인물에 불과하고, 한 번 망해 봤다면 그는 아마 실패한 사람일 것이며, 세 번을 망해 봤다면 그는 무엇을 하든 성공할 것이다.” 그런데 한 번 실패를 경험한 사람들 가운데는 스스로를 실패자로 낙인찍는 이들이 많이 있다. “나는 할 수 없다.”, “나는 할 만큼 모든 일을 다 했다. 그래도 안 된다.”, “나는 실패자다.”라고 자책을 일삼는 사람은 실패의 영상을 마음에 가지고 사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은 이미 실패자이다. “나는 할 수 없다.”라는 마음의 영상을 가진 사람들은 결국 해내지 못한다. 때로는 할 수 없는 것과 하기 어려운 것을 혼동하는 이들을 본다. 어떤 일을 시도도 하기 전에 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어렵지만 할 수 있는 것들이 알고 보면 대부분이다.
자기의 마음에 이 산을 옮길 수 있다는 확신을 심지 못한다면 어떻게 이 산을 옮기겠는가? 산을 옮길 시도를 하다가 실패를 하는 것은 실패가 아니라 새로운 기회를 위한 경험이다. 실패는 가장 소중한 재산 중의 하나이다. 실패는 절대로 타인에게 얻거나 빌릴 수 없다. 내가 직접 얻어야 하는 것이다. 한 번도 시도해 보지 않는 것보다 시도해 보고 실패하는 것이 훨씬 낫다. 실패는 우리에게 독특한 배움의 기회를 제공한다. 실패의 경험은 인생에 새로움을 불어넣어 주는 동력이 되며 실패를 현명하게 이용하는 사람은 다시 일어설 뿐만 아니라 실패를 넘어 성공에까지 오를 수 있게 된다. 세상에 오르지 못할 산은 없다. 옛날 양사언은 그의 시조에서 이렇게 읊었다.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건마는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
산이 높다고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산이 험하다고 불평해서는 안 된다. 세계 제일봉 에베레스트도 수많은 사람에게 정복되었다. 실패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한 번의 실패를 두려워한다면 어떤 것도 성공할 수 없다. 실패한 후에 이 실패를 자신의 경험으로 승화하고 인생의 중요한 가르침으로 삼는다면 실패는 우리에게 가장 귀중한 자산이 된다.
아놀드 파머는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스포츠맨이다. 이 위대한 골프선수는 결코 자신의 성공을 자랑하지 않았다. 그는 수백 개의 트로피와 부상들을 받았지만 그의 사무실에는 단 하나의 트로피만 남아 있다고 한다. 1955년 캐나다 오픈에서 프로선수로는 첫 우승을 했을 때 받은 찌그러진 작은 컵이다. 그는 이 우승 이전에 수많은 패배를 반복하다 드디어 첫 성공의 트로피를 들어 올린 것이다. 그 트로피 외에 벽에는 패가 하나 걸려 있는데 그 패에는 그가 골프와 다른 분야에서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는지를 보여 주는 글이 쓰여 있다.
만일 당신이 패배한다고 생각하면 당신은 패배한 것이다.
만일 당신이 과감히 패배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당신은 패배한 것이 아니다.
만약 당신이 우승하기를 원하면서도 우승할 수 없으리라고 생각하면
십중팔구 당신은 우승하지 못할 것이다.
인생은 강한 사람이나 빠른 사람에게 항상 승리를 안겨 주지 않는다.
조만간 승리하게 되는 사람은 자기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파머는 마음에 어떤 영상을 가지고 사는가에 따라서 실패자가 될 수도 있고 승리자가 될 수도 있다고 확신했다. 실패의 영상은 실패자를 만들고 승리의 영상은 승리자를 만들어 간다는 것이다.
김선태 목사
<실로암안과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