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7~98학년도 1년간 “3+1 해외유학프로그램”으로 목원대학 제1기 유학생들 28명과 함께 미국에서 지냈던 시절이 어느덧 4반세기가 되어 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많은 학생들 중, 한 사람의 낙오도 없이 무사히 1년간의 미국생활을 마치고 귀국할 수 있었던 것은 한 마디로 하나님께서 보호하시고 동행해 주신 은총의 역사(役事)였음을 고백하게 됩니다.
한 두 사람도 아니고 인솔자 우리 부부를 포함하여 30명이나 되는 많은 인원이 비행기로 또 다양한 교통수단으로 두 곳의 자매대학이 있던 미시시피 주에서 캘리포니아 주로 이동하면서 공부하는 과정이나 미국문화를 탐방하는 동안 큰 어려움이 없었고 크게 아픈 사람도 없었다는 사실이 되돌아보면 참으로 꿈만 같습니다. 여러분들도 새로운 신념을 다짐하는 계기였고 동시에 인생의 큰 경험이 되었으리라고 믿습니다.
우연의 일치로 우리가 미국에 체류하던 1997~98년의 1년은 우리나라가 IMF라는 외환위기를 겪었고 그때 몇몇 학생들은 고국의 부모님이 고생하시는 것을 마음 아프게 여긴 나머지 수중에 있던 몇 푼 안 되는 학자금을 부모님께 돌려보내드리고 나서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포기하고 중도에 귀국하겠다는 뜻을 나에게 상의하여 왔을 때 내 마음이 매우 답답하고 당혹스러웠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목원대학 당국으로서는 “3+1 유학프로그램”이라는 새 역사를 창조하고자 커다란 꿈을 가지고 출발했던 것인데 단 한 사람이라도 중도 귀국하는 사람이 발생한다면 큰 기대를 가지고 출발한 계획이 무산(霧散)되는 것이기 때문에 인솔자로서는 여간 큰 고민이 아니었습니다. 그때 곁에 계시던 워싱턴지역에서 은퇴하신 감리교 목회자 선윤경 목사님(Rev. Peter Sun)께서 도와주시고 여러분들도 백방으로 분투노력한 덕분에 이런 저런 아르바이트 자리가 마련되어서 힘든 고비를 겨우 넘길 수 있었던 기억이 아련히 떠오릅니다.
나는 2005년 8월 정년으로 퇴임하고 2006년 여름, 집사람과 함께 우리가 머물던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때 선윤경 목사님 내외분과 유학프로그램이 끝나고 미국에 잔류한 강승구, 장필수, 이명수, 민세룡, 장정윤 등과 재회하면서 미국에 남아 있는 젊은이들이 비록 고생은 하고 있지만 신념을 가지고 미국 땅에 적응하며 사는 모습이 대견스럽기도 하고 한 편 감동적이기도 하였습니다.
최근 전 세계가 코로나-19라는 역병(疫病)을 겪는 와중(渦中)에도 4반세기가 지난 시점에서 옛 친구들이 서로 연락을 하고 카톡을 통해서마나 서로 문안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우연의 결과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역시 하늘의 도우심이요 은총이라고 믿습니다. 지난 25년간 우리부부도 비교적 건강하게 지내 온 것이 참으로 감사할 뿐입니다. 집사람 류백란 권사(77)와 문 장로(82)는 비교적 건강한 가운데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면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2016년부터 지난 6년 동안 나는 주간신문인 『한국장로신문』에 “신앙산책”이라는 칼럼을 맡아 써오고 있는데 지난 연초에 장로신문에 올렸던 원고 100꼭지를 골라 《젊은 세대를 위한 메시지 100선》이라는 칼럼집을 『쿰란출판사』에서 출간하였습니다. 책의 내용이 대수로운 것은 아니지만 여러분에게 한 권씩 선물로 보내드리고 싶었습니다. 여러분과 헤어진 이후, 지내온 25년의 긴 시간을 돌아보면서 떠오르는 생각의 단편(斷片)들을 이렇게 편지로 적어 동봉해서 보냅니다. 아무쪼록 건강한 가운데 열심히 전진하는 삶이 되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원합니다.
-대전에서 문정일 보냄
문정일 장로
<대전성지교회•목원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