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로 신학을 마치고 1996년 여름에 동기 목사가 목회하던 교회에 부임하였다. 부임당시 장년 교인은 채 열 명도 되지 않았으나 주변이 택지개발 중이었기에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전도를 하였으나 이런 교회에서 무슨 재미로 신앙생활을 하냐며 한번 다녀간 후로는 모두가 다른 교회로 가버렸고 오직 노인 한 가정만 등록을 하였다. 그러나 교회 자리가 도로계획 관리지역이라 그곳에 새로 건축할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지역 개발에 맞추어 교회가 변화할 수 있는 현실이 아니라 안타깝기만 했다.
교인은 적고, 교회 부지를 사서 건축할 능력은 안 되었으나 교회 건축은 시급한 일이었다. 할 수 없이 교단의 내로라하는 교회들에게 교회 건축 호소문을 요청했으나 어느 곳에서도 연락이 없어 교회 건축은 포기하였고 이번에는 교회 리모델링 지원 요청서를 만들어 또 다시 각 교회마다 보냈다. 다행히 그중에 청년부 시절에 다녔던 모교회에서 관심을 보이며 ‘희망이 있는 교회다’라고 판단하셨는지 대폭 지원해 주셔서 새롭게 단장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열심히 전도하니 초신자들과 젊은이들이 오기 시작하였고 특히 초신자 중심의 교회로 부흥하기 시작했다.
오늘날에는 동반성장위원회를 통하여 노회 간에 결연이 되어 있어서 미자립교회를 지원하는 시스템이 잘 되어 있으나 20여 년 전만 해도 시골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은 자신이 잘 아는 선배 목회자 교회나 지인 교회를 통하여 후원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 교회 역시 그런 후원 속에 있던 어느 날 갑자기 나도 모르게 비굴한 마음이 들고 초라한 마음이 들었다. “거지가 따로 있나? 도와달라고 하면 거지인거지”란 생각이 퍼뜩 들면서 “내가 바로 거지 목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그리하여 그 다음 주일날 교인들에게 선포하였다. “나는 지금까지 거지 목사였습니다. 그동안 홍천중앙교회에서 목회하면서도 본 교회서 사례비를 받지 못하여 서울의 여러 교회에서 후원을 받아 생활을 하니 내가 바로 거지 목사입니다.”고백하였다. “내년도부터는 자립을 합시다.”라고 선포도 하였다.
그리고는 후원해 준 교회마다 “이제까지 후원하여 주심을 감사드리며 덕분에 내년부터는 자립하게 되었습니다.”라고 감사편지를 보내니 이제까지 미자립교회에 후원하여 스스로 자립을 선포하고 후원을 사절한 교회는 처음이라고 금요철야 기도회에 와서 간증을 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그리하여 가서 신나게 간증을 하기도 하였다.
나는 결코 잘난 목회자가 아니다. 오히려 능력도 없고 이름도 없는 무명 목회자이기에 소박한 꿈을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내가 목회하는 홍천군에서 1/10에 들어가는 목회자가 되는 것이 기도였고 내가 속한 강원노회와 강원도에서 1/10에 속하는 교회가 되는 것이 기도제목이었는데 이제는 선교지에 기념교회도 네 번째 건축 중이고 20명의 선교사를 후원하며 각 기관 및 교회를 열 곳 이상 후원하고 있으니 어느덧 기도의 꿈이 이루어져 거지 목사였던 내가 이제는 부자 목사가 된 기분이다.
그렇게 나의 신분을 변화시켜 주시니 참으로 감사할 따름이다.
이민수 목사
<홍천중앙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