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긴과 보아스] 그동안 행복했고 고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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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바로 전주(前週) 안동교회는 두 차례의 교회장이 있었다. 그 중 한 분은 정창근 장로님이다. 정 장로님은 경북 함양 출신으로 경북대학교 의대를 졸업한 후 안동성소병원에서 이비인후과 과장으로 근무하다가 개업하여 80대 중반인 수년 전까지 개업의로 일하다가 은퇴했다. 그는 몇 가지 전설을 갖고 있는 장로이다.

우선 30대 중반 장로로 임직을 받은 직후인 1970년 담임인 김광현 목사(본 교단 51회 총회장)로부터 제직회 목회부장으로 임명을 받았다. 당시 안동교회는 안동에서 가장 큰 규모의 교회였음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헌금이 조금 부족하여 교역자 사례를 정해진 날짜에 지급하지 못할 때가 있었다고 한다. 정 장로님은 자신이 목회부장으로 임명된 이유를 깨닫고 교역자 사례에 해당하는 금액을 미리 사비로 예치하여 이후부터는 한 번도 교역자 사례가 늦게 지급되는 경우가 없었다고 한다. 그의 헌신은 무척 창의적이었다.

두 번째 전설은 그가 무려 33년 동안 매일 두 차례의 새벽기도회를 가졌다는 것이다. 그는 1975년부터 2007년까지 개인병원을 운영하면서 안동의 한센병자 거주지인 안동성좌원을 섬겼다. 은퇴하면서 남긴 그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안동성좌원과 33년의 인연을 마치면서 그냥 미안해요. 그리고 고맙습니다. 나는 여러분과 33년 같이 했지만 한센인도 못되고 건강하게 나가게 되어 정말 미안합니다.” 특히 그는 매일 새벽 4시에 성좌원 안에 있는 교회에서 한센인들과 함께 새벽기도회를 갖고, 이어 5시에는 그가 섬기는 안동교회의 새벽기도회에 참석했다. 무려 33년 동안 매일 새벽기도회를 두 번씩 가진 기도하는 장로였다.

세 번째 전설은 2010년 12월 22일 밤에 발생했다. 금은방을 하는 어떤 집에 4인조 강도가 침입했다. 주인은 패물과 현금을 순순히 내놓았는데, 한 강도가 다른 것을 찾다가 진열장 안에 있는 낡은 감사패를 보았다는 것이다. 이 감사패는 정 장로님이 경영하는 장애인 시설 안동시온재단이 후원자에게 감사의 뜻으로 준 패였다. 이것을 본 강도는 다른 강도들을 설득하여 순순히 집을 떠나면서 장애인들을 위한 재활사업에 몰두하고 있는 정창근 장로님에게 강도들에게 내놓았던 현금을 갖다 주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그는 주변에 거룩한 영향을 준 장로였다.

정창근 장로님은 2022년 1월 29일(금) 오전 7시 30분경에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으셨다. 그의 빈소에는 ‘그동안 행복했고 고마왔습니다’는 작은 현수막이 걸렸다. 정 장로님이 평소에 가지고 있던 마음, ‘내가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니’(고전 15:10)을 너무도 잘 표현한 문장이었다. 그러나 이 글은 그를 아는 믿음의 후배들이 오히려 그와 함께 한 시간이 너무도 행복했고, 너무도 고마웠음을 고백하게 하는 글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김승학 목사

<안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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