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사랑하는 나의 부모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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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께서는 일손이 필요한 집에 찾아가셔서 보리방아를 찧어주고 보리밥 한 그릇을 받아 오셔서 우리 식구들에게 주시고 어머니께서는 일하던 집에 가셔서 누룽지를 얻어 드셨다고 한다. 때로는 밭도 매어주고 밥을 얻어 오시기도 했었다. 

인민군들이 계속 찾아와 집으로 돌아가라고 재촉을 해서 할 수 없이 아버지하고 나는 춘천 시내의 상황을 살펴보려고 산길로 걸어 춘천으로 떠났다. 가다가 날이 어두워 쉬고 가려고 신남에 사시는 외삼촌 집을 찾아갔다. 외삼촌은 병원 의사이자, 그 마을 청년회장이셨다. 외삼촌 식구들은 38선을 넘어왔기 때문에 인민군들이 외삼촌을 잡으려고 했고 외삼촌과 나와 동갑인 외삼촌의 큰딸은 산으로 도망가고 외숙모이신 아주머니께서 아이들 셋을 데리고 계셨었다. 

밤중에 자려고 하는데 갑자기 인민군 4명이 들이닥치더니 무조건 아버지와 외숙모를 끌고 갔다. 잠시 후 다시 돌아와 나를 장독대로 끌고 가서 뒤로 돌아서라고 하더니 인민군 총칼을 등에 대고 외삼촌(청년회장) 있는 곳을 바른대로 말하지 않으면 찌르겠다고 소리를 치는데 얼마나 무서운지 외삼촌 계신 곳을 알았다면 아마 알려주었을 것이다. 

“정말 몰라요!”를 몇 번이고 외치면서 큰소리로 울었다. 방에 있는 어린 동생들도 무서워서 소리 지르며 크게 울고 있었다. 모두가 울어대는 소리에 갑자기 인민군들이 나의 등에 대고 있던 총칼을 내리면서 아이들 보라고 하며 돌아갔다. 아마도 거짓말이 아닌 것 같아 그대로 간 것 같았다. 한밤을 뜬눈으로 지새우고 아침 동이 트자 우는 아기를 업고 혹시라도 아버지를 만날 수 있을까 해서 큰길로 나가서 찾아다니다 보니 도로 옆 큰집 툇마루에 아버지께서 앉아계셨는데 내가 오기를 기다리셨던 것 같았다. 아버지께서 오라고 손짓하시기에 뛰어갔더니 작은 소리로 춘천중학교에 가서 문 선생님을 찾아 이 편지를 전하고 답장을 받아 오라고 하셨다. 

나는 아이들만 집에 남겨두고 20리를 산길로 걸어서 학교를 찾아가 문 선생님에게 드렸더니 답장을 써 주시기에 편지를 받아 몸속에 감추고 돌아와서 아버지께 편지를 전해드렸다. 그 편지가 전해지자 몇 시간 후 아버지께서는 집으로 오셨다. 외숙모이신 아주머님은 밤중이 지나서 오셨는데 많이 맞으신 것 같았다. 아버지와 나는 동이 트기 전에 춘천 시내로 떠났다. 우리 집 근처로 가서 망을 보았더니 집 안에 인민군들이 꽉 차 있었다. 아버지와 나는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가족들이 있는 모곡으로 다시 돌아갔다. 

날이 갈수록 인민군들의 수색이 심해져서 견딜 수가 없었고 춘천시에 외할아버지 집이 비어 있었기 때문에 거기로 가서 지냈으나 외할아버지 집도 안전하지가 않았다. 

동네 반장이 찾아오더니 인민군들의 식량 쌀을 춘천에서 홍천까지 옮기는 일에 나오라는 명령을 했다. 어머니하고 나와 번갈아 갈 수밖에 없었다. 나는 밤새도록 쌀을 머리에 이고 걸으면서 졸다가 쌀자루와 함께 넘어지기도 수차례 했었다.  

함명숙 권사

<남가좌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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