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가슴에서부터 감동의 눈물이 흐른다. 이 눈물은 슬퍼서 흘리는 눈물이 아니라 기쁨과 감격의 눈물이다. 내가 하는 사역의 의미를 느끼게 하는 순간이다. 오늘은 아이들에게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깊이 생각하게 하는 날이다. 이 기분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오늘 나섬아시아청소년학교 아이들의 작은 전시회가 열렸다. 작은 교실에 전시된 아이들의 그림을 돌아보며 나는 아이들의 마음을 보았다. 우리 아이들이 느꼈을 절망과 희망을 보았다. 아이들이 그린 그림 속에서 나는 아이들의 삶을 느꼈다. 우리 아이들이 갖고 있는 고통과 꿈을 보았다.
내방으로 돌아와 홀로 앉아 아이들의 그림을 상상하다가 결국 눈물이 났다. 그리고 다시 나를 일으켜 세우는 어떤 힘을 느꼈다. 더 간절하고 더 열정적으로 우리 아이들을 위하여 무언가를 해야 한다. 절망하며 울고 있는 아이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서야 한다. 그리고 손을 잡아주고 등을 토닥이며 힘을 내라고 말해 주어야 한다. 이 땅에서 가장 소외된 그늘 속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의 나섬아시아청소년학교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내 사역 중의 사역이다. 갈릴리 민중들 중 가장 존재감 없이 살아가는 아이들이 머무는 마지막 절벽의 끝에 우리 학교가 있다.
그리고 보니 우리 아이들의 그림 중 절벽의 그림들이 있었다. 절벽의 끝에 서 있는 나무들처럼 자신의 운명을 그림으로 표현해 놓은 아이들의 모습이 내 가슴에 또렷이 새겨진다. 무지개를 그린 아이들도 있었다. 모든 그림에 하나하나의 의미와 이유가 있었다. 아이들의 마음과 삶의 고단함을 느끼게 하는 그림들이다. 누구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작은 전시회지만 나는 아이들의 전시회에서 큰 희망과 미래를 보았다. 아이들을 위하여 무언가를 하고 싶어 가슴이 설레인다.
오늘 내가 본 것은 그림이 아니다. 나는 그림을 볼 수 없다. 그러나 나는 아이들의 마음을 보았다. 아이들의 바람과 꿈을 보았다. 지금 우리 아이들의 고통을 보았다.
참 행복하다. 나는 아이들의 그림 속 작은 의자 같은 존재이지만 그렇게 해서 우리는 함께 살아간다. 이것이 내가 사는 길이며 살아야 하는 운명이다. 아이들의 그림 속에서 찾은 행복은 누구도 이해하지 못하는 기쁨이며 보람이다. 그 기쁨의 눈물이라면 매일 울며 살아도 좋겠다. 그렇게 사는 것이 나의 스승 예수께서 내게 가르쳐 주신 삶이기 때문이다.
유해근 목사
<(사)나섬공동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