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 중인 권정국 장로님은 수일전부터 이미 의식이 없었지만 코로나로 인해 방문이 어려웠다. 1월 30일(토) 오전 장로님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보았다. 그리고 7시간여 만에 장로님의 임종 소식을 들었다. 바로 전 날 한 원로 장로님의 별세로 슬픔이 있었던 터라 권 장로님의 별세는 더욱 마음을 무겁게 했다. 장로님은 고향 예천에서 10세에 학습을 받은 이후 70년 동안 교회와 직장 밖에 몰랐던 교회의 사람이었다. 그의 일생은 지극히 평범했지만 화려함 이상(以上)이었다. 권 장로님이 가장 즐겨 부르던 찬송가는 364장이었다. “내 기도하는 그 시간 그때가 가장 즐겁다. 이 세상 근심 걱정에 얽매인 나를 부르사 내 진정 소원 주 앞에 낱낱이 바로 아뢰어 큰 불행 당해 슬플 때 나 위로 받게 하시네 아멘.” 찬송가 가사처럼 그의 일생은 기도와 찬송으로 요약할 수 있다.
권 장로님은 은퇴 이후에도 거의 모든 예배, 새벽기도회와 교회에서 이루어지는 많은 모임에 참석하여 교역자들에게 힘을 실어 주었다. 또한 은퇴한 성도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몸소 보여주었다. 세상을 떠나기 수일 전 식사를 거의 하지 못해 기력도 정신도 없는 상태에서도 벌떡 일어나 새벽기도회에 가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그는 기도의 사람이었다.
더욱이 그는 참 찬송을 좋아하고 즐겼다. 권 장로님은 음악 전공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안동에 소재한 경안신학원에서 무려 11년 동안 신학생들에게 교회 음악을 가르쳤다. 정년 은퇴한 이후에도 매월 둘째 금요일 마다 모이는 중보기도회의 찬양단원으로 봉사했다. 연로한 장로임에도 불구하고 회중들 앞에 서서 찬송한 분이었다.
안동교회는 지난 2002년부터 기독교 역사포럼을 통해 경북북부지역의 잊혀지고 잃어버린 거룩한 하나님의 역사를 발굴하는 사역을 시작했다. 권 장로님은 노회와 교회의 역사, 그리고 초기 교회 성도의 발굴에 큰 역할을 감당했다. 그는 100여 년 동안 안동 땅에 임한 거룩한 흔적을 콘텐츠(Contents)로 만들고 소개하는 사역에 힘쓰고 있는 필자의 신실한 동역자(同役者)였다. 특히 전국에서 안동교회를 찾은 많은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거룩한 발자취를 소개하는 일을 도맡아했다. 단체나 개인들이 연락 없이 갑작스럽게 방문했을 때에도 마다 않고 소개하는 사명을 감당했다. 소개 시간이 2시간을 넘을 때도 있었다. 권 장로님은 은퇴 전과 후에 자신을 필요로 하는 자리에서 헌신을 이어갔다.
기도와 찬송의 빈자리. 교회를 방문한 사람들에게 거룩한 하나님의 스토리를 열정적으로 소개하던 바로 그 자리. 권 장로님은 꼭 필요한 자리, 꼭 필요한 시간에 있었던 분이다. 그는 평범하지만 화려함 이상인 장로요 동역자였다. 앞으로 권 장로님의 빈자리가 너무도 아쉽게 느껴질 것 같다.
김승학 목사
<안동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