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광장] 논바닥의 알곡 무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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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반도 동편으로 드넓은 한강야생조류생태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안타깝게도 한강 쪽으로는 이중 철조망이 쳐져 있어 생태공원으로서의 면모를 다소 훼손한다. 하지만 대략 폭 300미터에 길이 2킬로미터로 축구장으로 치면 관중석을 빼고 한 20개는 들어설 만한 넓이가 된다. 

공원은 양편에 갈대, 버드나무 숲 사이사이로 물이 담긴 습지를 이루어 산책로를 냈고 가운데 부분 약 25,000평을 논으로 만들어 여름 내내 벼가 자란다. 예전에 신도시가 개발되기 전에는 철새 떼가 겨울에 북쪽으로부터 날아와 이곳에 머물곤 했던가 본데 근년에는 그 수가 많이 줄었다. 김포시는 이곳을 ‘철새서식지 복원을 위한 낱알 들녘’으로 지정하고 새들이 날아오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게시판을 보면 큰기러기, 쇠기러기, 백로, 왜가리, 저어새 등이 관찰되었다고 한다. 이 넓은 논에서 얼마 만한 양의 벼가 생산되는지 궁금해 공원관리원에게 물은 즉 가을에 벼 나락 70톤을 수확해서 그 전량을 봄에 이르도록 철새 먹이로 제공하고 있다고 알려준다. 내 나름대로 추산을 해본 즉 300평 한 마지기(두락, 1,000평방미터) 당 도정 않은 벼를 10가마 정도 거두는 것이니 그만하면 농사를 잘 하는 셈인데 이것을 몽땅 철새들의 먹이로 제공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이렇게 부자가 됐구나.

이 생태공원에 산책을 나갔다가 철새 유인작전의 현장을 관찰했다. 마치 용이 기어 다닌 자국처럼 논바닥에 노란 무더기가 이리저리 흩어져 있기에 논두렁을 따라 걸어 들어가 살펴보니 놀랍게도 벼 나락이 대량으로 땅에 살포되어 있었다. 다음 주에 공원에 가 보니 그 많던 벼를 새떼가 다 먹어 치워 자취도 없고 한 편에는 동네 까치들도 날아와 땅을 쪼고 있었다. 김포반도의 ‘낱알들녘’이 북국의 새들에게 알려져서 내년에는 더 많이 날아오고 그 이듬해에는 또 더 많이 찾아올른지 알 수 없다.

김포시에서 이렇게 철새들을 위해 정성을 기울이고 있는 동안 저 아래 새만큼 간척지구에서는 철새로 인해 크게 골치를 앓고 있다. 나라의 역점 사업으로 태양광 발전이 늘어가는 가운데 28평방킬로에 달하는 새만금호수에 무려 5백만장이 넘는 태양광 패널이 수면 위에 설치될 계획으로 있다. 그런데 여기 뜻하지 않은 복병이 있으니 철새들이 몰려와서 배설을 하는 바람에 그 수많은 패널들이 오물로 덮이고 결국 태양에너지를 모으는 사업에 큰 장애가 된다는 것이다. 

새만금개발청과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의 연구 인력이 오로지 철새 쫓는 효과적인 방법을 찾느라고 머리들을 쥐어짜는데 아직 만족스러운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한다. 새들이 무서워하는 맹금류 형상을 그린 연을 띄우거나, 저주파 소음이나 레이저 빔을 공중에 쏘아 새들의 접근을 막는 등의 방법이 제안되었지만 어떤 것은 환경청이 반대하므로 실현이 안될 것이라 한다. 한쪽에서는 귀한 양식을 뿌리며 새들을 부르고 다른 쪽에서는 새들을 쫓느라고 고생이다. 

김포에 철새 떼가 덜 찾아오는 것은 고층 아파트들이 올라가고 사람과 차량의 수가 늘어난 탓인데 그걸 사람이 먹을 양식을 살포해서 불러오겠다는 생각은 부자연스럽다. 자연보호는 오로지 자연스런 방식으로 하는 것이 하나님 창조의 섭리에 맞는다고 믿는다.

김명식 장로

• 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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