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돌아 본  삶의 현장] 미국 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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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빈 총장이 임기를 마치기 전 나는 소망하던 미국 유학을 떠났다. 그때는 대학교수의 자질을 향상하기 위해 모든 대학교수는 박사학위를 가지도록 교육부는 독려하고, 만일 학위를 갖지 못한 사람은 구제(救濟) 박사학위 제도를 두어 논문만 쓰면 학위를 국내에서 받을 수 있게 허용하기도 했다. 나는 겨우 석사 학위를 받았기 때문에 국내에서 박사학위를 받을 것인지 외국으로 나가 학위를 마치고 와야 할 것인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평소 나는 해외 유학을 원했기 때문에 외국으로 나가고 싶었으나 재정적으로 그것이 허락되지 않았다. 외국 대학에서 장학금을 받으면 이 대학에서는 2년간 반 봉급을 주게 되어 있었으므로 외국에 장학금 신청을 했다. 한 대학은 내가 하와이에 가 있을 때 여름 한 학기 전산과에서 공부한 일이 있던 미시간 주립대학이었고 다른 한 곳은 한국에 와서 세미나를 해 주신 수학 교수가 재직하고 있는 앨라배마 주립대학이었다. 

무슨 행운인지 두 대학에서 다 초청장이 왔다. 그러나 한 번 갔던 미시간 대학이 마음에 끌려 원서를 냈더니 수학과 조교(teaching assistant) 허락을 받았다. 그것이 1976년 가을의 일이었다. 그때 내 나이 43세였으므로 말리는 동료가 많았다. 학교에서 신문사 주간, 교무위원, 중앙도서관장 등을 역임해서 이제 다른 보직도 맡아 일할 나이에 왜 외국에 공부하러 가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늘 작은 대학, 지방대학 출신이라는 일종의 열등의식 콤플렉스에 시달리고 있던 때였다. 나는 미국 유학을 선택하고 수속을 마친 후 9월 13일 워싱턴주(Spokane, Washington)에 있는 국제 학생처(International Student Office)에 근무하는 데이비드를 가는 길에 만나보았다. 1963년 하와이 대학에서 만나 한방에서 지냈던 룸메이트였다. 또 거기서 우연히 그 대학에 공부하러 와 있던 숭전대학교에 재직했던 장영욱 교수 내외도 만나게 되었다. 

이제 새롭게 또 유학 생활이 시작되는 것을 실감했다. 따뜻한 대접을 받고 미시간 주립대학(Michigan State University)에 오니 대학 직원이 마중 나왔다. 이 대학은 1855년에 주 정부에서 1,500만 평이 넘는 땅을 허용하여 세운 당시는 농과 대학이었다(Land grant Agricultural College). 그런데 120년 사이에 학교 이름도 미시간 주립대학(Michigan State University)으로 바뀌고 학생 수도 5만명을 바라보게 되었으며 미국의 빅10(Big 10) 대학에 끼는 명망 있는 대학이었다. 겨우 입학 정원 90명의 대전대학이나 통합 당시 130명을 자랑하던 대전 캠퍼스의 대학과는 비교가 안 되는 곳이었다. 

내가 들어간 기숙사는 동관과 서관으로 나뉘어 600여 명의 기숙사생이 살고 있었는데 내 룸메이트는 인도 학생이었다. 개인이 소지한 소 냉장고도 있으며 자기의 애인은 미국의 의사라고 했다. 

9월 20일 등록을 마치자 조교들은 각각 수학과에 방 배치를 받았다. 두 사람씩 같은 방을 쓰는데 온냉방 시설이 잘되어 있었고 불편이 없었다. 조교 급료는 월 $450으로 9개월간이었다. 임무는 각 대학의 수학 기초를 필요로 하는 학생들을 30명씩 2반을 맡아 문제를 풀어주고 상담시간(Office hour)을 두어 도와주는 일이었다. 수학을 이수해야 하는 그런 학생이 2,000명도 넘어 한 교수가 250명씩을 모아 대단위로 수업을 하고 그 학생들을 조교들에게 나누어 소그룹으로 돕게 하는 일이었다. 

이것은 내가 기존학교에서 하고자 하다가 실패한 대단위 수업 형태였다. 시험은 2,000명을 한 날에 조교들을 감독관으로 해서 치르고 채점한 성적을 나누어 주는 것인데 학생들은 자기네 조교가 영어가 서툴고 잘 못 가르쳐 성적이 떨어졌다고 학과장에 불평 신고를 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각 조교는 자기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시험에 나올 만한 문제를 간추려 학관 선생처럼 자기네 학생들 관리를 해야 했다. 

오승재 장로 

•소설가

•한남대학교 명예교수

•오정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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