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인류 역사상 가장 이상적인 태평성대의 시기를 요순(堯舜)시대라고 한다. 이는 유교의 사서오경 중 하나인 <서경>(書經)의 주석서인 <서전>(書傳)의 서문(序文)에 나오는 내용이다. 여기에는 고대 중국의 이제삼왕(二帝三王)이 언급되는데, 이제(二帝)는 요(堯)와 순(舜)이고, 삼왕(三王)은 하나라 우왕, 은나라 탕왕, 주나라 문왕과 무왕(부자 관계)을 의미한다.
이 중에서 특히 요순 임금 시대는 태평성대의 대명사로 불린다. 그것이 내용적으로 너무 신화적이고 역사적 고증이라는 면에서 신뢰할 수 없다 할지라도, 오늘날의 정치가와 백성들이 배워야 할 분명한 교훈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요순’이 만들었다는 태평성대란 어떤 정치 모델이었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군림하지 않는 정치이다. 한번은 요 임금이 자신의 정치에 대한 백성들의 평가가 어떠한지를 알아보기 위해 암행 시찰을 하였다. 궁궐을 나와 평민 차림으로 길을 걷고 있는데, 어떤 노인이 부르는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아침에 해가 뜨면 일하고, 저녁에 해가 지면 쉬네. 내가 우물 파서 물 마시고 내가 밭을 갈아먹으니, 임금의 혜택은 무엇이 있다더냐.”(日出而作, 日入而息, 鑿井而飮, 耕田而食, 帝力干我何有哉) 이 노인이 불렀던 노래를 ‘격양가(擊壤歌)’라고 한다.
이 노래를 들은 요 임금은 화를 내지 않고 매우 흡족해했다고 한다. 왜냐하면 백성이 임금의 존재에 전혀 부담이나 억압을 느끼지 않고, 임금의 존재조차 의식하지 않은 채 각자가 열심히 일하고, 그 일한 대가로 먹고사는 것이라고 믿는 것이 좋아 보였던 것이다. 즉 당시의 백성들에게는 임금에 대하여 “성은이 망극하옵나이다”라는 식의 생각이 없었다.
정치가들은 권력을 손에 쥐면 백성을 향해 망치와 칼을 휘두르려고 한다. 그리고 이렇게 하여 얻어진 결과를 자신의 위대한 업적으로 남겨 자랑하며 역사적 영웅이 되려고 한다. 특히 공산주의 체제에서는 국가가 사회정의를 구현한다는 명분 아래 국민을 통제하고 사유재산과 개인의 자유를 박탈하고, 과도한 세금을 차출하여 빵을 배급해 주는 일을 정당화시킨다. 그리고 권력의 지시에 반항하면 벌을 주고 죽이는 것을 거리낌 없이 자행한다.
민주주의는 권력이 국민에게서 나온다. 이를 주권재민(主權在民)이라고 한다. 권력을 잡은 자들은 이 말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가는 필요악이다.
문성모 목사
<전 서울장신대 총장
• 강남제일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