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자 요엘 시대 이스라엘을 휩쓴 메뚜기 재앙은 유례가 없는 재난이었다. 먹을 양식이 떨어지고, 성전에서는 소제와 전제조차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되었다. 이스라엘의 생존이 위협받는 환란의 상황에 요엘은 백성들을 향해서 외쳤다. 요엘이 외친 말씀은 모두가 ‘복수 명령형’의 형태로 되어있어, 위기의 상황에 걸맞게 박진감이 넘친다.
1장 5절 깨어라! 울어라! 8절 굵은 베로 동이라! 애곡하라! 11절 (농부들아) 곡하라! 13절 (제사장들) 굵은 베로 동이라! 슬피 울라!(성전에서 일하는 자들) 울어라! 오라! 베옷을 입으라!(성전에서) 밤을 새라! 14절 금식을 선포하라! 성회를 소집하라!(장로들, 백성들) 성전에 모여라! 여호와께 부르짖으라!
요엘은 제사장들, 장로들, 농부, 모든 백성이 굵은 베를 허리에 묶고, 금식하며 울면서 성전에 모여 하나님께 부르짖으라고 했다. 이는 위기의 상황에서 하나님께 도우심을 간구하는 모습이다. 예를 들어, 에스더 때 유대인들이 학살당할 위기에 처했을 때, “유대인들은 크게 애통하며, 금식하며 울며 부르짖고, 굵은 베옷을 입고 재에 누운 자가 많았다”라고 했다. (에스더 4:8) 구약에서 금식은 여러 가지 경우에 행했다. 죽은 자를 애도할 때 흔히 금식했고 (삼상 31:13; 삼하 1:11-12), 몸과 마음을 깨끗이 정화하고 하나님의 계시를 받을 준비를 할 때도 금식했다. (시내 산에서 모세의 40일 금식) 또한 중대한 일을 앞에 두고 금식하기도 했다. (에스더는 3일 동안 금식한 후 ‘죽으며 죽으리라’ 하며 왕 앞에 나갔다. 에스더 4:16) 금식이 가장 많이 행해진 경우는 위기의 상황에서 회개하며 하나님의 도우심을 간구할 때였다. 이스라엘이 블레셋에게 법궤를 빼앗긴 후, 미스바에 성회로 모여 “종일 금식하고 우리가 범죄하였나이다” 하였다. (삼상 7:6) 요나서에도 니느웨 백성과 왕은 베옷을 입고 금식하면서 그들의 악한 행실을 회개했다. (요나 3:5-7)
그런데 요엘서 1장의 기록에는 한가지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있다. 왕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는 것이다. 국가적인 비상시에 왕은 중요한 역할을 감당했다. 유다의 히스기야 왕 때 앗수르 제국의 산헤림 왕이 예루살렘을 공격해 왔을 때, 히스기야 왕은 어복을 찢고 굵은 베를 두르고 성전에 올라가 기도했다. (왕하 19:1) 요나가 임박한 니느웨의 멸망을 선언했을 때, 니느웨의 왕은 모든 백성이 회개하라는 조서를 내리기도 했다. (요나 3:7) 그런데 요엘서에서는 국가적인 재난의 상황에 왕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 수수께끼는 쉽게 풀어진다. 예언자 요엘 시대는 왕이 없던 시대였던 것이다. 요엘은 백성들에게 성전에 모여 하나님께 부르짖으라고 했으니, 성전은 있었으나 왕은 없던 시대였다. 그때는 언제였을까? 주전 587/6년 유다 왕국이 멸망하고, 다윗 왕조는 끝이 났다. 성전도 파괴되었다. 그 후 바벨론 포로기를 거쳐, 유대인들은 귀향해 주전 515년 무너진 성전을 재건했다. 요엘 시대는 성전은 재건되었으나 왕이 없던 때, 즉 주전 515년 이후였던 것이다. 그러나 그 이상 자세한 연대는 알 수가 없다.
박준서 교수
<피터스목사기념사업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