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베트남 국제학교’를 약칭 한베학교라 부르기로 한다. 한베학교를 시작하면서 많은 고민을 했다. 명칭도 처음에는 ‘베트남 메타학교’라고 했다가 ‘나섬 베트남학교’로 바꾸고 결국 ‘한베학교’로 정하였다. ‘한베학교’의 학생들은 한국인 아버지와 베트남 어머니를 둔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한국과 베트남 모두를 담는 이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결국 한국-베트남 국제학교의 줄임말로 ‘한베학교’라 부르게 된 것이다.
‘한베학교’는 지난 4월 23일 토요일 17명의 아이들로 시작했다. 아이들을 보는 순간 23년 전인 1999년 몽골아이들을 처음 만나던 때가 떠올랐다. 그때의 몽골 아이들과 지금의 ‘한베학교’ 아이들의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다. 무언가에 눌려 있는 듯 좀처럼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 아이들의 모습이 내가 느낀 첫 인상이다. 아이들에게 말을 시켜보지만 대답도 잘 하지 않는다. 그것은 쑥스러움이 아니라 상처다.
‘한베학교’ 아이들을 어떻게 키우는가에 따라 우리 사회의 부채가 될 수도 있고 자산이 될 수도 있다. 부채가 된다면 언젠가 빚을 갚으라는 독촉장이 우리에게 날아들 것이고 자산으로 만들면 우리의 미래를 위한 소중한 힘이 될 것이다. 이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인 셈이다.
나는 모든 인간은 짐이 아니라 힘이라고 믿는 사람이다. ‘한베학교’ 아이들에게 교육이 필요한 이유는 그들을 우리 공동체의 소중한 자산으로 키워야 한다는 당위성 때문이다. 후일 그들이 우리의 부채로 남게 된다면 그 짐은 우리 모두가 짊어져야 할 것이다. ‘한베학교’ 아이들에게 베트남어를 비롯한 다양한 교육을 하려고 한다. 아이들은 지금 소극적이지만 조금씩 나아질 것이다. 그리고 틀림없이 어머니의 나라 베트남을 사랑하게 될 것이다. 베트남의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났다는 것이 장점이 되고 기회가 되는 날이 올 것이다. 이것이 ‘한베학교’를 통해 우리가 이루고 싶은 미래의 모습이다. ‘한베학교’ 아이들은 한국과 베트남의 강점을 모두 가지고 태어난 아이들이다. 지금은 상처이며 열등감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한베학교’를 통해 자신감과 강점으로 나타날 것이라 믿는다.
지금 ‘한베학교’의 모습은 연약하다. 아무런 대책도 없어 보인다. 하지만 언젠가 반드시 기적이 일어날 것이다. 8명의 아이들로 시작된 몽골학교가 300명 규모의 외국인학교가 되는 기적을 이뤄낸 것처럼 말이다. 나섬은 항상 그래왔다. 감사하게도 나의 믿음의 선포는 언제나 현실로 증명되었다.
우리는 부채가 될 사람을 자산으로 만드는 연금술사라고 감히 자부한다. 그것이 하나님 나라의 본질이며 목적임을 믿는다. 인간에 대한 끝없는 희망과 믿음으로 우리는 끝까지 이 길을 걸을 것이다. 그 결과가 역파송 선교의 열매이며 오늘날의 몽골학교의 모습이다. 그리고 ‘한베학교’를 시작하는 나의 고백이다.
유해근 목사
<(사)나섬공동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