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교회력에서는 예수님이 부활하신 날을 기념하는 부활절 이후의 모든 주일은 부활 축제의 연속성 속에 지켜진다. 이 부활절 축제는 부활 후 50일째가 되는 오순절에 그 절정을 이룬다. 그리고 오순절 열흘 앞에는 예수 승천일이 기념되어진다.
예수승천일이 국경일로 정해진 독일 같은 나라에서는 부활 후 제6주 목요일에 지켜지지만, 그밖의 나라들에서는 제7주 주일예배 시에 기념되어진다. 그리고 성령강림절에는 부활절만큼이나 소중하고 특별하게 의미를 부여해 예배와 행사가 거행된다.
한국교회는 부활절을 아주 성대하고 의미 있는 예배와 행사로 장식하고 기념하지만, 그 이후의 교회력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형편이다. 부활절 이후의 주일은 평일처럼 의미 없이 지내다가 예수승천일이나 성령강림절도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성령강림이나 성자 예수의 강림절이나 다 같은 의미를 가지며, 똑같은 비중으로 기념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성령강림이 홀대받고 외면받는 현상은 잘못된 것이다. 그리고 그 이유는 한국교회의 신앙이 너무 십자가의 구원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원은 십자가를 통한 일회적이고 완성되어진 사건임과 동시에, 성화의 단계도 필요하며, 이를 위한 성령의 인도가 매우 중요하다. 즉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한 구원은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평생 지속되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잘 믿고 잘 살아야 온전한 구원을 이루는 것이다.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믿음이고, 열매 없는 신앙은 병든 신앙이다.
성령은 보혜사로 우리를 인도하시는 하나님이시다. 성령은 오순절 마가의 다락방에 강림하시어 교회를 만드셨다. 성령은 모인 무리의 입을 열어 기도하게 하셨다. 성령은 두려움과 공포를 몰아내는 생명의 영으로 오신다. 두려움이 사라진 오순절 다락방에 있던 사람들의 입술에서는 방언이 터져 나왔다. 천국 언어가 통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주님은 예루살렘을 떠나지 말고 성령을 먼저 받으라고 명령하셨다. 움직이기 전에 성령을 받아야 하고, 어떤 행사 이전에 성령 충만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말씀이다.
한국교회는 지금부터라도 성령 하나님의 강림에 큰 의미를 두고 기념하고 지켜야 한다. 그리하여 구원받은 감격에 더하여 성도로서의 삶이 거룩해지고 언어가 순화되고 기쁨이 충만한 공동체로 변신해야 한다.
문성모 목사
<전 서울장신대 총장•강남제일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