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자들은 ‘사도강령’이 있고 의료인들은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있으며 법관들도 ‘법관윤리강령’이 있다. 최소한 전문가들은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기본 도덕률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들의 결정 하나하나에 의해 전 국민이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정치인(주로 국회의원)의 일거수일투족은 정말로 신중하고 정당해야 한다. 순간의 결정이 국민 삶을 규정해 국가 운명이 되고 역사적 현실이 되기 때문이다. 그들의 발언과 결정(투표)은 기록으로 후세까지 남는다. 그런데 최근 문재인 정부의 말기에 국회에서 소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행태는 정말 유감천만이다. 자녀들이 볼까 무서워 TV를 끌 정도였다. 21세기 대명천지에 지구상 어느 나라에서 이런 모습을 또 볼 수 있을까 싶다. 명분도 없고 처리하는 방법도 변칙 일변도였다. 국민들에게 매일 스트레스를 주는 이런 국회는 정말 견디기 어려웠다. 제발 소아를 버리고 대의를 찾기 바란다. 소수 몇 명의 이해득실에 묶여 스스로도 부끄러울 것이니 옛날 성현들이 전해주는 충고를 깊이 생각해 주기 바란다. 자식들한테 부끄럽지도 않은가? 특히 국회의원 중에 검사 출신도 3명이나 있고, 신앙인(기독교 장로)들도 여러 명 있는데 그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중독이 된 것인지 전혀 존재감이 보이지 않는다. 정말로 거악(巨惡)에 순치(馴致) 된 것인가? ① 옛날 왕강지(王康地)의 시를 보면 소은(小隱)은 산속에서 나무꾼 노릇을 하고 대은(大隱)은 점쟁이나 약장수(매약상)를 하며 살았다고 한다. 마땅히 등용될 인물들은 소외되고 엉뚱한(감도 안되는) 사람들이 판치고 나대는 모습을 이야기하고 있다. ② 대지(大智)는 우(愚)와 같다는 말이 있다. 큰 지혜는 어리석어 보인다. 얕은 지혜는 말이 많으나 깊은 지혜는 말이 적다. 소식(蘇軾)의 글에도 “대용(大勇)은 점쟁이 같고 대지(大智)는 어리석은 자 같다”고 했다. 빈 수레가 요란하고 쭉정이가 고개를 쳐드는 법이다. 정계에서도 말이 많은 자들은 속이 빈 경우가 많다. 오만과 편견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③ 대직(大直)은 굽은 것(曲) 같다(대직(大直)은 진실에 투철한 사람이다. 참된 진실은 분칠(장식)하지 않기에 오히려 굽은 것처럼 보인다.) <노자>에 “대직(大直)은 굽은 듯(曲)이 보이고 대교(大巧)는 졸(拙)한 듯이 보이고, 대변(大變)은 더듬는 듯이 보인다”고 했다(큰 진실은 굽은 듯이 보이고, 큰 기교는 서툰 것처럼 보이며 대웅변은 오히려 어눌해 보인다는 뜻이다). ④ 대하(大廈)가 무너지려 할 때는 나무 하나로는 이를 막지 못한다(나라가 기울기 시작하면 한두 명의 애국자로는 이를 막을 수 없다는 말이다). ⑤ 땅을 바꾸면 그게 그거다(易地則皆然/여당, 야당이 매사에 의견을 달리하고 다투는데 서로 입장을 바꿔 여가 야 되고 야가 여 돼도 역시 똑같다는 말이다. <맹자> ‘이루하’ 편에 나오는 말이다. ⑥ 덕(德)이지 험(險)이 아니다. <史記>의 오기전(吳起傳)에 보면 위(魏)나라의 무후(武侯)가 서강(西江)에 배를 띄우고 내려가다가 중류(中流)에서 돌아보며 오기(吳起)에게 말하기를 “산천이 저렇게 견고하고 아름다우니 이는 위국(魏國)의 보배로다” 했더니 오기(吳起)가 답하기를 “덕(德)이지 험(險)이 아닙니다”라고 했다. (위(魏)나라가 강한 것은 험준한 산천에 둘러싸여 있기(지리적 여건) 때문이 아니라 덕(德/도덕률/대의명분/공정과 상식)으로 백성을 다스리며 통치자가 선정(善政)을 베풀고 있기 때문이라는 뜻이다). ⑦ 마상(馬上)에서 어찌 천하(天下)가 다스려지겠는가? (나라를 정복하는 것은 말을 타고(작전을 통해) 할 수 있지만, 백성을 다스리는 정치는 말을 탄 자세로서는 할 수 없다는 말이다. 무력(武力)으로 정복할 수 있지만 정치는 역시 도덕적 명분과 정의, 진실, 성의, 정심(正心)으로 해야 된다는 뜻이다. 육가전(陸賈傳)에 나오는 말이다).
김형태 박사
<한남대 14-15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