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나는 첫 여름성경학교를 잊을 수 없다. 어둡고 캄캄한 마룻바닥. 커다란 테이블 아래로 찬송을 부르며 기어 다녔다. 기억 속에 남아있는 영상이 스쳐 지나간다. 아마도 천로역정 프로그램이었던 것 같다. 친구와 나는 그 어둠속에서 찬송을 부르며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몸으로 이해했다. 지금도 가끔 어둠속에 있다고 느낄 때 그 테이블 아래가 떠오른다. 함께 기어 다녔던 또래 친구들 모두 목사와 장로 그리고 사모와 권사로 교회를 잘 섬기고 있다.
1973년 중학교 3학년 수련회 마지막 밤. 캠프파이어가 끝난 후 모닥불 옆에서 선생님과 함께 눈물을 흘리며 기도하는 형들을 보면서 많은 충격을 받았다. 그들 안에 내가모르는 위대함이 있다고 느껴졌고 친구와 나는 슬그머니 형들 뒤로 가서 엎드렸다. 선생님과 형들은 우리를 안고 함께 기도했다. 그때 눈물을 흘리며 기도했던 형들 역시 목사와 장로로 교회를 잘 섬기고 있다. 1976년 고등학교 3학년 수련회 마지막 밤. 내 인생에 가장 즐겁고 가슴 뛰는 일이 일어났다. 선생님의 인도로 3학년 8명이 산으로 올라갔다. 우리는 중등부 때 형들이 했던 것처럼 눈물로 기도했다. 그날 저녁 하나님은 나에게 인격적으로 다가오셨다. 간증시간이 있었고, 그 이후 나는 교회학교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수련회는 우리들에게 신앙의 추억이다. 어려서부터 믿었던 성도들은 모두 이러한 추억을 하나씩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을 보면 이런 추억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이가 들어 정년이 되었을 때 되돌아보며 즐겁고 감동할 수 있는 그런 신앙의 추억이… 아니 그보다도 그 시절을 돌아보며 나를 반성하고 돌아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예전에는 북을 두드리고 징만 쳐도 아이들이 교회로 몰려들었다. 마땅한 놀이문화가 발달해 있지 못했던 때 대부분의 아이들은 부모님이 교회를 다니지 않아도 주일학교는 아이들이 가고 싶어 하는 곳이요, 여름성경학교는 가슴 설레며 기다리는 말 그대로 천국잔치였다. 하지만 지금의 아이들은 모든 것이 넘치는 풍요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이 시대의 아이들과 청소년들을 모아 성경학교와 수련회를 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그러나 이것은 아무리 시대가 달라져도 변할 수 없는 우리 교회의 사명이다.
예수그리스도만이 우리 아이들의 죄성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경학교의 목표는 복음이다. 아이들이 스스로 하나님의 이름을 부르고 예수그리스도를 인격적으로 만날 수 있도록 돕는 기회이며, 복음을 모르는 아이들도 복음이 전달될 수 있는 가장 좋은 통로이다. 내 삶에 반전을 주고 방향을 제시해 주었던 성경학교와 수련회의 역사가 금년에 우리 아이들에게도 경험되어지기를 기도한다. 그리하여 결단이 헌신으로 이어져 장차 우리 교회와 하나님 나라의 귀한 일꾼으로 쓰임 받기를 소망한다. 이를 위해 애쓰며 기도로 준비하는 모든 교사들에게 무릎의 기도와 응원의 기립박수를 보낸다.
임태운 장로
<서울동북노회 장로회 회장·경일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