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목단상] 언덕 위에 하얀 집(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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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화동 언덕배기를 힘들게 뛰어 오르면 하얀 건물이 보인다. 조회 시작종이 울리면 가쁜 숨을 몰아쉬며 교실로 내달린다. 4층까지 뛰어 오르고 나면 숨이 턱밑까지 차오른다. 담임선생님과 거의 동시에 교실 문을 통과해서 자리에 앉으면 하루 일과가 시작된다. 아마도 지금까지 별 탈 없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힘은 혜화동 언덕을 뛰어 올라 다니던 학창 시절에 얻은 내공이라고 확신한다. 그리고 쉬는 시간, 점심시간, 방과 후 할 것 없이 틈만 나면 공을 찼던 덕분이 아닐까? 김진국, 차범근, 박항서 등 대한민국 축구계를 이끈 선후배들은 늘 우리에게 자랑거리였다. 효창구장, 동대문운동장으로 전교생이 응원을 가던 추억은 적어도 경신을 비롯한 몇 몇 축구 명문학교 학생이 아니면 경험하지 못했던 추억이리라.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응원가, 별다른 응원도구도 없던 그 시절 모자를 움켜쥐고 아래위로 흔들며 부르던 그 노래, 우리의 가슴을 뛰게 하던 그 노래 , “아! 용감한 경신의 선수들아! 전선에 나가서 싸울 때에….” 경기가 끝나면 승패에 관계없이 떼지어 어깨동무 하고 “이겼다. 또 이겼다”를 외치며 종로거리를 누비던 그 젊음의 열정이 아직도 기억 저 편에 생생한 것은 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처음 경신중학교에 입학했을 때 발파작업으로 돌을 깨뜨려 확장하던 조금은 황량한 운동장이었지만 우리는 그곳에서 축구를 하고 응원연습을 하고, 뙤악볕 아래 앉아서 “태산을 넘어 험곡에 가도 빛 가운데로 걸어가면….” 찬송가를 소리 높여 부르며 예배드리던 곳이기에 내게는 더 없이 소중한 공간으로 기억된다. 어려서부터 교회를 다녔지만 교회가 아닌 공간에서 드리는 예배는 색다른 흥미를 불러일으켰고 중창단의 특송, 부흥강사 목사님들의 재미있는 설교, 그리고 선배 목회자들이나 외국 선교사들의 특별한 순서 등은 결코 지루하지 않았던 시간들로 기억된다. 또한 아직도 나의 기억 속에는 성경수업과 예배설교를 해주시던 박한석, 김종희, 유경재, 안덕치 목사님의 말씀과 억양까지도 생생히 남아 있다. 그 분들을 통해 배우던 성경 말씀과 시청각실에서 슬라이드를 통해 배우던 기독교 교리 등 성경수업은 교회에서 배우던 것과는 또 다른 차원의 교육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렇게 경신 중·고등학교에서의 기독교 교육은 오늘날 나를 있게 한 의미있고 소중한 교육이었다. 교회에서 미처 배우지 못했던 심도깊고 체계적인 성경 수업은 나의 믿음의 깊이를 더하게 인도하였고 신앙의 격을 높여 주었다. 장로 은퇴를 앞두고 경신에서 학창시절을 보낼 수 있었던 것이 나에게 참 소중한 은혜요 큰 축복이었음을 다시금 깨닫게 되어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90이 가까운 연세에도 여전히 청년같은 모습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시며, 지금도 이 부족한 제자를 사랑하시고 격려를 아끼지 않으시는 김종희 목사님께도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 

이 글의 주인공인 동숭교회 박재련 장로(전 서울공연예술고등학교 교장)는 세계속에서 빛날, 새로운 韓流 주인공 양성 선두주자로 성탄극 ‘빈방 있습니까’를 매해 자신이 운영하는 서울예술고등학교 학생들을 동원해 교회에서 연출함으로 복음선교에 큰 역할을 하는 자랑스러운 경신인이다.

김종희 목사

• 경신 중ㆍ고 전 교목실장 

• 전 서울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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