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를 할 때 편식하지 말고 골고루 먹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이다. 성경 공부도 마찬가지이다. 영의 양식이 되는 성경책 66권은 어느 하나 귀하지 않은 책이 없다. 책마다 전하는 메시지가 다양하고 강조점의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어느 책 하나라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이것은 성경 공부에 있어서 첫 번째 원칙이다.
구약에는 책의 길이가 상대적으로 짧은 12권의 예언서들이 있다. 이들을 흔히 ‘12소(小)예언서’라고 부른다. 필자는 소(小)예언서라는 명칭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이들 예언서들은 이사야나 예레미야, 에스겔과 같이 방대한 분량의 예언서와 대비시켜 소(小)예언서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러나 성경의 책들에 대(大), 소(小)라는 말을 붙이면 책의 중요성이나 비중의 경(輕)중(重)을 암시하는 것으로 오해하기 쉽다. 그래서 12권의 ‘소예언서’는 ‘대예언서’에 비해서 중요성이 떨어지는 책으로 가볍게 여길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성경의 책들은 결코 그 길이로 경중을 가름해서는 안 된다. 유대인들은 전통적으로 이들을 ‘12권의 책’(Book of the Twelve)라고 부른다. 우리도 이들 책 앞에 소(小)라는 말을 쓰지 말고, ‘12권의 예언서’라고 부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
‘12권의 예언서’들 중에는 아모스, 호세아와 같이 친숙하게 잘 알려진 책들도 있다. 그러나 별로 관심을 끌지 못하는 책도 있다. 그중의 하나가 요엘서이다. 그러나 요엘서는 이사야서나 예레미야서에 못지않게 중요한 예언서이다.
교회의 역사에서 최초의 설교는 예수님이 승천하신 후, 오순절에 행한 베드로의 설교이다. 베드로는 구약의 책들 중에서 요엘서의 말씀을 인용하면서 역사적인 설교를 시작했다.
“유대인들과 예루살렘에 사는 모든 사람들아… 내 말에 귀를 기울이라… 선지자 요엘을 통하여 말씀하신 것이 이것이니 일렀으되….” (행 2:14,16) 베드로는 이렇게 설교를 시작하면서 요엘서 2:28의 말씀을 인용하였다. 이처럼 요엘서는 교회 역사에서 첫 번째 설교를 시작하는 말씀이 담겨 있는 중요한 책이다.
요엘서를 펼쳐 열면, 전무후무한 메뚜기 재앙이 이스라엘 온 땅을 휩쓰는 상황을 보여준다. 몇 년 동안 계속된 메뚜기 재앙으로 밭은 황무하게 되고, 토지는 메마른 땅으로 변하고, 곡식은 떨어져 곡식 창고는 비게 되고, 들에 꼴이 없어 소나 양들도 헐떡이며 울부짖는 상황이었다. 또한 성전에 소제(곡식 제물)와 전제(포도주)조차 바칠 수 없게 되어, 성전 예배까지 중단될 위기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들리는 것은 백성들의 탄식 소리뿐이었다. “먹을 것이 우리 눈앞에 끊어지지 아니하였느냐? 기쁨과 즐거움이 우리 하나님의 성전에서 끊어지지 아니하였느냐?” (욜 1:16)
그러나 그것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었다. 예언자 요엘에 따르면 극심한 메뚜기 재앙은 앞으로 올 무서운 하나님의 심판의 날의 전조와 경고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요엘은 외쳤다. “슬프다! 그 날이여. 여호와의 날이 가까웠도다!” (1:15) 천상의 왕이신 여호와 하나님은 천상의 만군을 거느리시고 이스라엘을 심판하시려고 질풍노도와 같이 달려오신다는 것이다. 요엘은 여호와의 날, 곧 이스라엘의 심판이 날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고 선언한 것이다.
박준서 교수
<피터스목사기념사업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