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드톡] 이념 너머에 계신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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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집회를 인도하기 위해 대구에 다녀왔다. 대구는 소위 보수의 텃밭이라 불리는 곳이다. 보수의 텃밭이라는 별칭이 대구분들에게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곳에 사는 분들에게는 그것도 정체성이라는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집회 중에 나는 의도적으로 역설하였다. 여기가 보수의 텃밭이라 불리긴 하지만 그보다는 하나님 나라의 자유와 정의의 텃밭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길 바란다고 말이다.

그러면서 이념에 종노릇하는 한국교회에 대하여, 특히 이념의 진영논리가 극에 달한 오늘날의 이념 지향적 신앙생활에 대하여 비판적인 설교를 했다. 우리는 얼마나 진영논리와 이념의 극단에서 살아가고 있는가? 특히 교회는 어떠한가? 좌우의 이념 대결이 하루 이틀의 문제는 아니지만 한국교회의 이념 지향적인 특수성은 매우 우려스럽다. 과연 예수는 어떤 이념을 지지하실까? 그분이 한국에 오시면 어느 쪽에 서실까? 다른 것은 모르지만 예수께서는 어떤 진영에도 서지 않으실 것이라 확신한다. 하나님 나라는 보수와 진보라는 낡은 이념에 종속되거나 천박한 진영논리로 설명할 수 있는 가볍고 값싼 나라가 아니기 때문이다.

바울은 갈라디아 교회에 보낸 편지에서 예수께서는 율법에서 우리를 자유하게 하셨으니 더 이상 율법에 종노릇하지 말라고 말하고 있다.(갈라디아서 5장1절) 나는 바울의 심정으로 더 이상 이념에 종노릇하지 말라고 설교하고 돌아왔다. 적어도 교회는 이념지향적인 삶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가치와 진리의 말씀을 따르는 공동체다.

우리는 얼마나 더 심각한 분열과 갈등의 삶을 살려 하는가? 남과 북의 분열에서 경상도와 전라도라는 동서의 분열, 세대 간의 분열, 경제적 양극화와 이제는 남녀의 분열까지 철저하게 권력의 하수인으로 이용당하며 살아간다. 이는 비극이며 불행이다. 망하는 길로 들어서는 이들만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위험한 도박이다.

예수께서는 어떤 쪽에도 서지 않으신다. 그분의 관심은 어떤 권력이나 이념에서도 소외당하지 않고 가장 인간적인 대우를 받으며 하나님 나라의 백성으로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공동체의 실현일 것이다. 보수든 진보든 예수와는 하등의 관계가 없다. 중요한 것은 하나님 나라는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 너머에 있다는 사실이다. 하나님 나라는 보수가 만드는 나라가 아니며 진보만이 들어가는 나라도 아니다. 하나님 나라는 우리가 그렇게 신봉하는 이념이 아니라 예수께서 가르쳐 주신 가치와 사랑의 공동체다.

한국교회의 이념 지향적이며 진영논리에 매몰된 현실은 결코 한국교회의 미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교회의 미래와 존재를 위태롭게 하는 심각한 편향성이 문제다. 이념에 종노릇하지 말아야 한다. 진영논리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영혼들이 교회에 필요하다. 교회는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실현하는 공동체이지 어떤 정치권력의 하수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존재의 목적이 아니다. 교회는 교회답게 예수만을 따르는 공동체다. 교회가 어느 한 편 진영의 앞잡이로 서는 날은 교회가 망하는 날이다.

유해근 목사

<(사)나섬공동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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