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와 한국교회의 공통된 과제는 바로 정의입니다”
3년간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 대유행을 경험하면서 한국교회를 섬기는 목회자로서 나 자신을 가장 힘들게 했던 질문이 있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교회가 왜 필요한가?”라는 질문입니다.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 한국 교회가 우리 사회에 큰 짐이자 골칫거리처럼 취급되고 보도되는 것을 자주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럴 때마다 마음이 크게 아프고 힘들었습니다.
평소 가깝게 지내는 신학대학원 동기 목사님과 함께 제주도에서 목회하시는 형님 목사님과 만나서 식사교제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친구 목사님의 형님은 제주도에서 교회를 개척해다음 세대를 위한 제자양육과 대안학교 사역을 통해 많은 젊은이들과 함께 행복하게 목회하시는 분이었습니다. 목사님은 식사를 대접해 주시면서 식사 말미에 한국교회에 대한 목사님의 소신을 우리에게 말씀해주셨습니다. 제가 그 자리에서 받아 적은 내용을 이 지면에 소개합니다.
“한국교회에 다음 세대가 다시 돌아오려면 교회의 생태계가 바뀌어야 합니다. 제주도에 철새가 떼를 지어서 날아오거나 떠나는 것을 자주 봤는데, 철새가 그렇게 큰 떼로 움직이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은 자연 생태계 때문입니다. 많은 철새가 한꺼번에 돌아오려면 생태계가 바뀌어야 하듯, 한국교회를 떠났던 많은 다음 세대들이 다시 돌아오게 하려면 생태계가 바뀌어야 합니다. 생태계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교회가 세상보다 훨씬 더 정의롭고 누가 보기에도 합리적으로 운영이 되어야 합니다. 교회가 세상보다도 더 정의로워야 합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한국교회는 어떤 목회적인 방법이나 프로그램을 통해 영상예배를 드리는 성도들을 다시 성전예배로 모여들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교회의 사명은 성경과 복음 속에 들어있는 하나님의 완전한 정의를 교회를 통해 이 땅 위에 세우는 일입니다.
대한민국 국민들의 가장 큰 특징은 ‘정의’를 목숨같이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마이클 샌델 교수가 쓴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미국에서는 20만 부가 팔리는 동안, 한국에서는 자그만치 200만 부가 팔렸다고 합니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어느 나라보다도 정의를 중요하게 여기며 정의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증거입니다.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 되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이렇게 약속했던 19대 대통령에 의해서 임명되었던 사람이 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것도 바로 정의 때문이었습니다. 정의에 대한 대통령의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한국사회의 심각한 인구절벽의 원인을 분석한 글을 읽다가 큰 충격을 받은 내용이 있습니다. 결혼한 여성들이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가장 큰 이유는 높은 교육비 때문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육아 문제로 고생하는 여성에 대해 무관심하고 여성들의 입장을 충분히 배려하지 않는 남자들의 정의롭지 못한 태도가 가장 큰 이유라는 것입니다. 『총·균·쇠』라는 책의 저자인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한국의 저출산 문제는 한국인의 ‘자질’을 근본적으로 정의롭게 변화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사회의 가장 큰 과제는 진정으로 정의로운 개인과 사회가 되도록 질적으로 변화되는 것입니다. 정의에 대한 깊은 이해와 정의로운 삶을 살아가도록 삶 속에서 서로를 철저히 훈련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는 사실이 이땅에 한국교회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장창진 목사
<참된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