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이슈] 달란트대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 사람들 (337) 알브레히트 뒤러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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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적·창조적으로 ‘예술가’ 지위 격상시킴

목판화 ‘요한 계시록’의 표현은 신기에 가까움

판화가, 조각가, 건축가, 회화가, 이론가 등 르네상스적 전인이었던 뒤러, 미술 전 분야를 아우르는 탁월한 재능을 비롯해 인문주의자로서 르네상스 정신을 구현하고 과학적 방법론을 전개했던 인물은 레오나르도 다빈치 외에는 뒤러였다. 

뒤러는 서양 미술사상 가장 위대한 판화가 중 한 사람이지만 수공자나 장인으로 여겼던 지위를 독립적이고 창조적인 ‘예술가’의 지위로 격상시켰다. 그는 어려서부터 예술가의 비전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초기부터 자신의 작품에 서명을 넣었다. 이는 자신의 창조적 작업에 자부심과 책임감을 지닌 예술가로서의 독립 선언이었다.

뒤러가 자신의 독자적 창조성을 발휘한 것은 판화이며 뒤러의 예술가적 명성을 뉘른베르크를 넘어 국외로 알려 그를 ‘이탈리아인이 아닌 사람 중에 세계적 명성을 얻은 최초의 화가’로 만든 것은 기독교 주제의 목판화 연작들이다. 회화는 비용이 많고 주문에 의해 제작을 할 수 있다. 주문자의 요구에 맞추어야 하는 제약이 있다. 이에 반해 목판화는 제작비용이 적게 들고 짧은 기간에 대량 생산할 수 있어 작가가 자유로운 창조력을 발휘하고 자신을 널리 알릴 수 있어 뒤러가 1498년에서 1500년경에 출판한 <요한 계시록>, <대 수난>, <마리아의 일생>은 이 분야의 첫 번째 성공작들이다. 

그중 1498년 독일어와 라틴어 판이 나온 <요한 계시록>은 뒤러가 발행인이요 사업가로서의 면모를 보였다. 그는 중심이 되는 오른쪽 페이지에 판화를 싣고, 왼쪽 페이지에 텍스트를 실어 기존 책에서 종속적으로 첨부되던 그림을 책의 주인공으로 했다. 이 책에 들어간 15개의 목판화 중 하나인 <요한 계시록의 네 기수, The Riders of the Apocalypse>의 ‘선’은 힘과 감정의 표현으로 신기에 가까웠다.

주제는 요한 계시록 6장으로, 화면에는 심판과 진노의 날에 어린양이 일곱 봉인을 떼자 차례로 네 기수가 등장한다. 오른쪽부터 활을 든 전염병, 칼을 든 전쟁, 저울을 든 기근, 삼지창을 든 죽음이 대각선으로 배치되었고, 이들이 휩쓸고 간 자리에는 사람들이 쓰러져 있고, 하늘은 어두워지고 땅에는 지진이 일어난다.

목판화로는 큰 편이지만 높이 39cm인 화면을 촘촘히 채운 선들은, 목판화로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밀했다. 그 전 목판 화가들이 색을 칠해서 만들었던 명암과 양감, 질감의 효과를 다양한 모양과 밀도로 구성된 검은 선으로 그렸다. 세기의 전환기였던 이 시기는 겉으로는 풍요로웠으나 정치, 사회, 종교적으로는 종교개혁의 폭풍 전야였다. 중세부터 주기적인 전염병은 근절되지 않았는데 1490년대에는 매독까지 독일에 퍼졌고, 이단의 고문, 공개 처형의 종교 박해도 여전했다. 이렇게 위태로운 상황에서 사람들 사이에 퍼진 광적인 종교 열이 그의 <요한 계시록>을 성공시킨 배경이 되었다. 

이승하 목사<해방교회 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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