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 교회가 꼭 필요한 이유는 교회가 이 땅 위에 진정한 정의를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주체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는 데는 교회 내적인 이유와 교회 외적인 이유, 두 가지로 나누어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교회가 진정한 정의의 주체가 되는 까닭은 교회 자체가 가지는 교회로서의 본질 속에 있습니다.
첫째로, 교회는 사랑 가운데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영적인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는 영적인 주체입니다. 정의의 문제는 규범이나 윤리의 문제를 훨씬 넘어서는 영적인 문제입니다. 정의의 문제는 반드시 죄성과 탐욕의 문제를 영적으로 다루고 해결해야만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이 문제를 삶의 일상 속에서 다루고 훈련하는 곳은 오로지 교회 밖에 없습니다.
둘째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 안에 하나님의 완전한 정의가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성경은 완전한 정의는 오직 ‘하나님의 의’ 밖에 없다고 말씀합니다. 세상 사람들이 제시하는 모든 정의는 다같이 치우쳐서 정파적인 차별을 낳는 불완전하고 불의한 것입니다. 이 세상 그 어디에서도 진정한 정의를 찾을 수 없습니다. 성경말씀이 교회와 온 세상에 다같이 유일무이하게 중요한 이유입니다.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해서 보여주신 정의야말로 가장 완전한 정의입니다. 온 세상을 정의롭게 하는 정의입니다.
셋째로, 공의롭고 위대한 나라야말로 하나님께서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을 가나안 땅으로 부르시고, 이스라엘 백성들을 출애굽시켜 가나안 땅으로 인도하신 분명한 이유이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에서 교회가 존재하는 목적은 의와 공도를 행하는 공의로운 큰 나라 즉 하나님 나라를 이루기 위함입니다.
이어서 저는 한국 사회에서 교회가 진정한 정의를 세우는 유일한 주체가 되는 외적인 이유를 말씀드립니다. 그것은 세상적인 정의론의 영적인 한계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올바른 정의에 관한 많은 논쟁과 논의가 있었습니다. 마이클 샌델 교수는 그의 유명한 책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정의에 관한 대표적인 두 가지 입장을 공리주의적인 정의론과 자유주의적인 정의론으로 정리했습니다. 샌델 자신은 공동체적 정의론의 입장에서 이 두 가지를 포괄하였고, 정의론의 대가인 존 롤즈 교수의 정의론의 입장에서 정의론의 또 다른 종합을 시도했습니다. 제가 이 책의 가치를 주목하는 부분은 샌델이 공동체적 정의론의 입장에서 신앙과 영적인 영역의 중요성과 가치를 학문적으로 인정했다는 사실입니다. 종교와 과학을 구분하는 근대 학문의 한계를 보기좋게 깨뜨리고 넘어선 것입니다.
하지만 이분들이 간과한 것이 있습니다. 정의론에 대한 이상과 정의로운 현실이 너무나 다르다는 것입니다. 이상과 현실 사이의 엄청난 괴리로 인해 우리는 정의를 생각할수록 오히려 더 큰 갈등과 고통을 겪는다는 역설적인 사실입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선한 동기와 생각이 실제로 선한 현실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저는 뼈저리게 체험했습니다. 치솟는 집값을 반드시 잡겠다면서 정부가 자그만치 21차례나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놀랍게도 그 대책이 오히려 집값을 더 치솟게 만들었습니다. 인간이 생각하는 정의의 수준이 얼마나 모자라면 이렇게 한심스러운 결과를 낳았을까요? 사람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정의로운 법을 틈타서 사탄이 더 큰 욕심을 채우려고 그 정의를 간교하게 이용하는 영적으로 큰 고통과 탄식의 소리를 우리는 듣고 있습니다. 과연 이 문제를 교회가 아니면 누가 해결할 수 있을까요?
장창진 목사
<참된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