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가뭄, 한국은 물 폭탄
올여름 전 세계가 재앙으로 심하게 앓고 있다. 현재까지 약 5억 명을 감염시키고, 650만 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가고도 아직도 꼬리를 감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 코로나 전염병이 그 하나다. 다른 하나는 기후재난이다. 영국과 유럽연합 지역의 60%가 가뭄에 시달린다. 가뭄은 일상생활에서의 불편을 넘어 산업 생산까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가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농업 생산량 감소 우려가 나온다. 이탈리아 북부를 가로지르는 포강은 지난 겨울부터 지속적인 강우 부족에 시달리며 일부 지역에선 거의 바닥을 드러냈다. 8일 가디언은 총길이가 652km에 이르며 이탈리아의 대표적 쌀 생산지인 포강 유역 가뭄으로 재배지들의 생산량이 60%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탈리아농민연맹 브뤼셀 사무소장 알레산드라 드샌티스는 지난달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곡물을 중심으로 생산량이 3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프랑스에서도 가뭄의 영향을 농업용 관개를 제한하며 생산량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과 독일 서부, 스위스를 연결하는 라인강도 500년 만의 가뭄으로 점점 바닥을 드러내어 물류마비 위기를 맞고 있다. 북미는 대형 산불과 살인적인 더위, 우리나라는 집중적인 호우로 일부 지역에 물폭탄이 내렸다. 과학자들은 이런 기상이변들은 대기가 뜨거워지는 기후변화와 관련이 있다며 앞으로 기후 재앙은 올여름뿐 아니라 더욱 빈번해지고 강도도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모기의 외침
더위를 식히려 풀밭을 거닐다, 뭔가 눈에 어른거렸다. 모기였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가볍게 손으로 쫓았다. 그래도 계속 얼굴과 팔 주위를 맴돌았다. 좀 더 거세게 쫓았다. 그래도 계속 따라오면서 맴돌았다.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몸을 흔드는데 갑자기 왼쪽 뺨이 따끔했다. 오른손을 들어 번개처럼 내리쳤지만, 뺨만 아팠다. 어느새 도망을 쳤다. 갑자기 오른팔 안쪽의 느낌이 이상했다. 빨간 점이 몇 군데 보이더니 이내 부어올랐다. 종아리 부분을 살펴보니 거기도 몇 군데 뻘겋게 부어올랐다. 갑자기 오래전에 불렀던 군가가 생각이 났다. “아름다운 이 강산을 지키는 우리, 사나이 기백으로 오늘을 산다. 포탄의 불바다를 무릅쓰고서, 고향 땅 부모형제 평화를 위해 전우여 내 나라는 내가 지킨다. 멸공의 횃불 아래 목숨을 건다.” 세상에는 서로 다른 목적으로, 목숨 걸고 사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목숨 걸고 뺏으려는 사람과 목숨을 걸고 지키려는 사람. 목숨 걸고 찬성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 목숨 걸고 입을 열려는 사람과 그 입을 막으려는 사람. 목숨 걸고 좇는 사람과 도망하려는 사람. 목숨 걸고 속이려는 사람과 속지 않으려는 사람. 목숨 걸고 들추려는 사람과 감추려는 사람. 목숨 걸고 믿는 사람과 안 믿는 사람이 있다. 사람만 목숨을 거는 것이 아니다. 도망친 모기의 외침이 들린다. ‘너는, 너는 무엇에 목숨을 걸고 사느냐?’
매미의 울음
올여름에 꼭 가보고 싶은 식당이 있었다. 값이 싸다고 한다. 맛이 있다고 한다. 양도 푸짐하다고 한다. 이 집에 가고 싶은 것은 실컷 먹기 위해서가 아니다. 경관이 뛰어나서가 아니다. 이 집에 가보고 싶은 것은 주인을 닮기 위해서다. 주인은 기도한다고 한다. “이 국수가 어려운 사람들의 피가 되고 살이 되어 건강하게 하소서.” 이렇게 기도하고 국수를 말아 낸다고 한다. 얼마나 부유한 마음인가? 새벽기도회가 끝난 후 계속 기도하는 이들이 있다. 두 손을 모으고 몸을 앞뒤로, 어떤 이는 좌우로 흔들며 또 다른 이는 머리를 파묻고 기도한다. 무슨 기도가 저리 길까? 무슨 소원이 저리 간절한가? 무슨 죄가 그리 많은가? 자신만의 기도가 아니다. 나라를 위한 기도다. 자신만의 소원이 아니다. 이웃을 위한 소원이다. 자신들의 죄가 아니다. 우리 죄를 위한 기도다. 눈물이 난다. 저들이 100만 대군이다. 저들이 최첨단 무기다. 저들이 수호천사다. 매미가 운다. 아침부터 운다. 남은 여름 잘 보내라고 운다. 한여름 잘 살았다고 운다. 8월을 잘 살아야 9월도 잘 살아낼 수 있다며 울음으로 호소한다.
이화영 목사
<금호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