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노년에 가까워진 여고 동창생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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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도병 참전의 기억을 되살리던 어느 날! 보훈청으로부터 학도병으로 갔던 학생 중 누락된 사람이 있으면 알려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나의 친구 정기숙이 학도병으로 나갔지만, 보훈처에 알려주었고, 기숙이에게도 연락을 해주면서 신원보증도 해 주었다. 그 후 학도병 TV 출연과 신문 기자들의 인터뷰… 등등 우리 집에서 기숙이와 같이 촬영과 인터뷰도 하게 되었다.

중학교를 같이 다녔고 고등학교도 같이 입학을 했었으나 6.25 사변으로 인해 기숙이는 춘천 본교를 졸업했고, 나는 원주 분교 졸업을 해서 서로의 진로가 달라 오랫동안 만나지를 않아 서먹한 사이어서 좀 어색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기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기숙이가 크리스천이며 교회에서 권사님, 성가대원으로 봉사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젊어서 여의도 침례교회에서 18명으로 구성된 성가합창단원으로 활동을 하고 있을 때 미국 카터 대통령의 초청으로 백악관에서 공연도 했고, 열여덟 주에 있는 미국인 침례교회의 초청으로 50일 동안 순회 공연을 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나와 같은 크리스천이며, 권사님, 그리고 성가대원으로 활동한 것들의 공통점 때문인지 어색함이 없이 대화가 되며 친해졌다.

기숙이도 노년의 삶에 뜻하지 않게 남편이 뇌졸중으로 9년이 넘도록 병원에 입원하고 있어 이를 간호하고 있다고 했다. 나도 남편을 돌보고 있어서인지 더 공감이 가고 마음이 아팠다. 가깝게 지나면서 기숙이의 다정함과 겸손함을 느끼게 되었다. 어려움 속에서도 항상 밝은 모습으로 살아가는 기숙이의 모습이 존경스럽다.

기숙이가 가까이 지내는 이경숙이도 같이 만나게 되었다. 경숙이는 평범하게 지내던 친구로 나와는 가까운 곳에 살고 있었다. 경숙이도 자주 만나면서 기독교 신자인 것도 처음 알게 되었고, 나이가 들었어도 공부하려는 열정이 나와 비슷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아마도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만남이라 생각을 했다.

남편 때문에 동창회에 나가지 못하는 나를 위해서 우리집 가까운 식당에서 셋이 가끔 모였다. 서로의 마음을 들어주고 칭찬도 해주며 서로 품어주는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돌아오면 흐뭇한 마음이었다.

한번은 내가 넘어져 어깨뼈에 금이 갔었다. 소식을 들은 기숙이가 남편 돌보기도 어려운 중에 영양음료를 엄청 많이 택배로 보내 왔다. 그리고 매일 아침 6시에 예배드리며 나와 가정 특별히 아들 목사를 위해 기도한다고 했다. 정성이 담긴 선물과 나를 위해 기도하는 정성! 고귀한 선물!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내가 다쳤다는 소식을 들은 경숙이도 쑥떡을 굳기 전에 주려고 따뜻하게 포장을 해서 몸에 지닌 채 몹시도 추운 날씨에 가지고 왔다. 그 정성과 사랑! 얼마나 고맙던지! 코끝이 찡했다. 하나님 은혜라 생각한다. 친구는 어릴 때 친구보다는 나이 들어서 가까이에서 챙겨주고 힘들 때 서로 힘이 되어주는 친구가 더 귀하다는 생각이 든다.

중년에 다시 만난 동창생들의 우정! 노년에 가까워진 소중한 믿음의 친구들! 진실한 만남은 삶의 의미를 더 높은 곳으로 이끌어 줄 것을 믿기에 더욱 노력하며 기도하려고 한다.

함명숙 권사

<남가좌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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