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베학교 여름캠프 첫날 일정 중 아이들이 부모님께 보내기 위한 영상편지를 찍는 시간이 있었다. 영상편지를 듣는 내내 마음이 많이 아프고 가슴이 먹먹했다. 영상편지는 한결같이 부모님께 감사하다는 내용과 앞으로 잘하겠다는 다짐의 말이었다. 문제는 아이들의 어휘력과 한국어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한베학교 아이들은 학습 받을 권리와 기회로부터 소외되고 있다. 이 아이들은 출발부터 한국어를 배울 기회를 잃고 있다. 엄마의 한국어 실력은 자녀의 한국어 능력으로 이어진다. 이는 다른 교육에도 큰 영향을 주게 된다. 전체적인 학습능력에 결정적 장애요인이 되는 것이다.
여름캠프 첫날 아침 나는 한베학교 아이들에게 한국과 베트남의 두 장점이 너희들 안에 융합되어 있다고 말해주었다. 너희들은 매우 자랑스러운 존재이며 큰 복을 갖고 태어난 것이라고 얘기하였다. 한국의 인구가 5000만 명이고 베트남의 인구가 1억 명이니 합치면 1억 5천만 명이고 한국은 경제력이 세계 10위 안에 드는 부강한 나라이고 베트남은 역사적으로 어떤 나라에도 지배당하지 않은 강한 나라이니 두 나라가 힘을 모으면 얼마나 힘이 세겠느냐고 물었다. 그 힘이 너희들 안에서 자라고 있다고 말하였다. 그러므로 너희들은 매우 복 받은 존재라고 말이다. 내 이야기를 들은 아이들은 기분이 많이 좋아진 것 같았다. 목소리에 힘이 실렸고 또박또박 한껏 소리를 높였다.
그런데 정작 아이들은 한국어를 제대로 할 줄 모르고 베트남어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이 아이들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두 나라의 장점만 모으면 큰 시너지가 생길 것이지만 반대로 두 나라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면 아이들의 미래는 매우 위태로워질 것이다.
한베학교를 시작하고 운영하면서 여러 어려움이 있었다. 학부모들의 참여도가 낮았고 우리의 여건과 능력도 부족했다. 무엇보다 우리는 아이들의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시작하였다.
아이들의 영상편지를 보고 다시 시작하자는 마음이 들었다. 결국 우리의 헌신이 필요하다. 우리의 희생과 더 큰 고민이 필요하다. 아이들이 갖고 있는 문제를 이대로 방치한다면 후일 큰 문제로 다가올 것이 분명하다. 이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다. 우리 사회와 공동체의 미래는 지금 이 아이들의 모습 속에서 자라고 있다. 누가 우리 아이들에게 희망을 심을 것인가?
유해근 목사
<(사)나섬공동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