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동네 사람 이야기에 이어서 두 번째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부임 초기, 추수감사절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매년 예배 후에 떡을 교인들에게 주었다고 합니다. 떡을 두 배로 하라고 해서, 주중에 인근의 복지관, 경로당 등 골목마다 다니며 떡을 가지고 가서 드렸습니다. 교회를 홍보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냥 드렸습니다. 우리만 먹는 것이 아니라, 동네 사람들과 함께 먹는 것이 추수를 감사하는 잔치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처음 오는 사람은 찾기 쉽지 않은 골목 안에 위치한 양재노인복지관에 가서 관장님을 만났습니다. 우리 교인들 중에 노인복지관 식당에서 오랫동안 설거지 봉사를 한 분들이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관장님이 노인복지관 건물이 크지 않아서 많은 사람들이 모일 곳이 없다고 합니다. 언제든지 온무리교회 건물을 사용해도 좋다고 했더니 자주 사용합니다. 나중에 들은 말인데 노인복지관 직원들이 ‘온무리 캠퍼스’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오랫동안 협력의 관계를 유지했더니 관장님이 저에게 운영위원으로 들어오라고 합다. 사례를 받는 것도 아니고, 일종의 봉사이니 기꺼이 감당하겠다고 했습니다. 더 자주 ‘온무리 캠퍼스’를 사용해도 거절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노인복지관에만 장소를 사용하도록 한 것이 아닙니다. 누구든 결혼식 장소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전도를 위해서 결혼식 장소를 빌려준 것은 아닌데, 결혼한 후에 온무리교회에 출석하는 부부가 생겼습니다. 교회 근처 빌라 단지 주민들이 재건축 심의를 위한 회의 장소가 없다고, 교육관에 와서 회의를 했습니다. 어떤 합창단이 연습할 장소가 없다고 해서 연습하기도 했습니다. 주중에 많은 공간이 비어있는데 사용하면 더 좋지, 놀리면 뭐하겠습니까? 지역 주민들이 회의를 하든, 동네 어르신들이 와서 악기를 배우든, 공간은 교인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공유해야 할 곳이고, 사는 모습과 이야기를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내는 곳이 되어야 합니다.
교회 사택에 원룸이 하나 있는데, 게스트룸이나 청년부 모임 장소로 사용했던 곳입니다. 지방에서 서울로 공부하러 온 학생들 중에 기숙사에 들어가지 못한 학생이 학교 근처에서 생활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무료 학사로 운영하기로 하고, 두 명의 학생이 지낼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신학생과 성악 전공자가 지내고 있는데,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 교육관에서 노래를 연습하고 있는 소리가 들립니다. 이 글과 찬양 소리가 합쳐져서 진정성이라는 하모니를 만들고 있습니다.
지역 사람들에게 ‘어느 교회가 좋은 교회입니까?’라고 물으면, 사람들이 ‘온무리교회’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수년 동안 동네 교회, 동네 사람으로 지냈던 아름다운 열매입니다.
조용선 목사
<온무리교회>